‘386 간첩’| 동독 간첩 사건 1970년대 서독 브란트 총리의 보좌관이 간첩 활동 동독 정보원 2만~3만명이 정부ㆍ의회ㆍ정당ㆍ학계ㆍ언론계ㆍ종교계에 침투해 정보 빼내 | ||
분단 국가였던 독일의 경험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불거진 ‘386 간첩단’ 사건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2003년 미국 CIA(중앙정보국)는 독일연방정부에 ‘로즈우드(rosewood) 문서’로 불리는 매우 민감한 자료를 전달했다.
CIA가 전달한 381개의 CD롬에는 구(舊) 동독의 비밀경찰이었던 ‘슈타지(국가안전부)’가 서독에 침투시킨 간첩 명단과 관련 자료가 수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현재 독일연방정부의 슈타지문서관리소가 보관하고 있으며 열람은 극히 제한돼 있다.
슈타지는 동독 정권이 붕괴하자 자신들의 간첩활동과 관계된 비밀 문서를 재빨리 폐기했다.
일부 남은 문서는 미국 CIA가 빼돌려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 문서가 독일 정부의 끈질긴 요청으로 반환된 것이다.
로즈우드 파일에 대한 분석 작업이 끝나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서독 내 동독 간첩단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간첩 사건만으로도 서독 내 동독 간첩망의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슈타지문서관리소 연구원이었던 후베르투스 크나베는 저서 ‘침투 당한 공화국’에서
“서독 땅에서 암약했던 슈타지 정보원은 모두 2만~3만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동독의 간첩은 서독의 노조는 물론 총리실, 정부, 의회, 정당, 학계, 언론계, 종교계 등 사회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었다.
“나는 (서독 총리의 비서이자)
동독의 현역 장교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개인 보좌관이었던 귄터 기욤은 1974년 간첩죄로 체포되는 순간 오만한 표정으로 이렇게 외쳤다. 슈타지의 간첩을 자신의 최측근에 뒀던 브란트 총리는 곧바로 사임했다.
브란트는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당수로 독일판 햇볕정책인 ‘동방정책’을 펼치고 동·서독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인물이다. 브란트는 그 공로로 1971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기욤은 체포되기 전 브란트 총리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실세였다. 그는 ‘총리의 그림자’로 통했다. 기욤은 사민당의 주요 간부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총리가 외부와 주고받는 문서도 그의 손을 거쳤다. 1972년에는 브란트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기욤과 브란트가 인연을 맺은 것은 1969년이다. 슈타지 요원이었던 기욤과 그의 아내 크리스텔은 1956 서독 정계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라는 밀명을 받고 서독으로 건너갔다. 기욤은 먼저 사민당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게오르그 레버에게 접근했다. 레버는 훗날 국방장관이 된 실력자다.
기욤은 1960년 연방의회 총선에서 레버의 선거운동원을 자청해 그의 당선을 도왔다. 그는 이 공로로 1964년 사민당의 한 지역구 총무직을 맡았다. 1969년 사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레버는 기욤을 연방총리실에 천거했다. 기욤은 이후 브란트의 신임을 얻어 개인 비서가 됐다.
기욤의 간첩 행위가 발각된 것은 동독의 슈타지 본부와 간첩들이 주고받던 암호 무선 통신문이 해독되면서부터다. 서독 정보부는 1973년 노조에 침투했던 거물 간첩 빌헬름 그로나우를 체포했고 이어 기욤의 아내도 감시하기 시작했다.
기욤 간첩사건은 독일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서독 시민들의 안보 불감증에도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기욤은 1981년 동·서방 스파이 맞교환 대상이 돼 동독으로 금의환향했다.
이후 그는 동독의 국민 영웅으로 후배 간첩을 양성하는 일을 맡았다.
동독 간첩의 손길은 우파 정당과 지도자에게도 뻗쳤다. 헬무트 콜 전 총리(기독교민주당)의 후원자이자 재벌기업 플리크사의 로비스트였던 한스 아돌프 칸터도 슈타지의 간첩(간첩명:피히텔)이었다.
칸터는 1960년대부터 서독의 고위 정·재계 인사 대상의 정보지를 발행하는 등 마당발로 활동하면서 수집한 정보를 동독에 보고했다.
칸터는 통일 이후에야 간첩 행위가 발각돼 1995년 2년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슈타지의 간첩부서 총책이었던 마르쿠스 볼프는 회고록에서 “칸터는 기욤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가치 있는 정보원이었다”고 평했다. 김민구 주간조선 기자 roadrunner@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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