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양시훈-싱가포르대 양현수 박사 주도
정보 저장용 전자스핀 수명 100만 배 늘려
미국 실리콘밸리 IBM 알마덴연구소의 양시훈(42·사진 왼쪽) 박사와 싱가포르 국립싱가포르대학 전자공학과 양현수(35·오른쪽) 박사팀은 양자컴퓨터의 핵심 기본단위인 큐빗(Qubit)에 쓰이는 ‘전자 스핀(Spin)’의 수명을 기존 기술보다 100만 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논문은 영국의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 7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큐빗은 전자의 전하와 함께 그 전자 하나하나가 지닌 자석 같은 성질인 ‘스핀’이 서로 얽히거나 중첩된 양자 상태를 통칭한다. 반도체는 반도체 내 각 정보 저장 공간에 전류가 흐르면 디지털 정보 ‘1’, 흐르지 않으면 ‘0’으로서 두 가지 정보만 기록한다.
이에 비해 큐빗은 스핀으로 인한 다양한 양자 상태가 가능하기 때문에 처리하는 정보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큐빗을 활용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면 처리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기억소자를 만들면 그 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양자컴퓨터는 큐빗을 다루는 기술이 그 핵심이다. 그중에서도 한번 고정해 놓은 스핀의 N·S극(북·남극) 방향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게 하느냐 하는 것, 즉 ‘스핀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스핀의 수명이 짧으면 저장된 정보가 재빨리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종전 기술로는 그 수명이 20억분의 1초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이를 약 100만 배 이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시간적으로 아주 짧지만 정보를 한 번 읽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억분의 몇 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긴 시간이다. 기존 반도체에서 정보를 읽거나 저장할 때 10억분의 1~1억분의 1초가 걸린다.
이렇게 수명을 늘리는 방법으로, 알루미늄 박막을 섭씨 영하 272도의 액체 헬륨으로 얼려 초전도체로 만들었다(그림 참조). 그런 다음 초전도체가 된 알루미늄 박막 주위를 산화마그네슘으로 감쌌다. 초전도체는 자석에 약한데, 스핀을 주입할 때 사용하는 자석의 자력을 막기 위해서다. 이어 초전도체 알루미늄 박막에 스핀을 집어넣자 스핀조차 얼어붙다시피 해 외부의 자극에 둔감해지고, 스핀의 N과 S극의 방향도 오랫동안 유지했다.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는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아 앞으로도 긴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양자(量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에 기반한 연산법을 사용한다. 1982년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먼에 의해 처음 고안됐다. 기존의 컴퓨터가 한 번에 한 단계씩 계산할 수 있지만 양자컴퓨터는 한 번의 조작으로 여러 계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전자의 스핀=전자(電子)는 전기적 성질을 띠지만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스핀·Spin)하기도 한다. 이때는 자석의 성질도 나타난다. 그 자석의 N극 또는 S극의 방향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며 정보를 저장한다.
◆큐빗(Qubit)=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비트(bit)를 기본으로 움직이는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중첩된 상태인 큐빗을 단위로 한다. 큐빗 수가 늘어날수록 양자컴퓨터의 능력은 ‘지수적’으로 급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