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적벽부赤壁賦 解]
임술(壬戌) 가을 7월 기망(旣望)에 소자(蘇子)가
손[客]과 배를 띄워 적벽(赤壁) 아래서 노니,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네.
술을 들어 손에게 권하며 명월(明月)의 시를 외고
요조(窈窕)의 장(章)을 노래하니,
조금 있으니 달이 동쪽 산 위에 떠올라
북두성(北斗星)과 견우성(牽牛星) 사이를 서성이네.
흰 이슬은 강에 비끼고, 물빛은 하늘에 이었네.
한 잎의 갈대 같은 배가 가는 대로 맡겨,
일만 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넓고도 넓구나,
허공에 의지하여 바람을 탄듯하여 그칠 데를 알 수 없고,
훨훨 나부껴 인간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서,
날개가 돋아 신선(神仙)으로 되 오르는 것 같더라.
이에 술을 마시고 흥취가 도도해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니,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木蘭) 삿대로
물에 비친 달을 쳐서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오르네.
아득한 내 생각이여,
미인(美人)을 하늘 한 쪽에서 바라보네."
손님 중에 퉁소를 부는 이 있어
노래를 따라 화답(和答)하니,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하소하는 듯,
여음(餘音)이 가늘게 실같이 이어져
그윽한 골짜기의 물에 잠긴 교룡(蛟龍)을 춤추게 하고
외로운 배를 의지해 살아가는 과부를 울게 하네.
소자(蘇子)가 근심스레 옷깃을 바루고 곧추앉아
손에게 묻기를 "어찌 그러한가?" 하니,
손님이 말하기를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조맹덕(曹孟德)의 시가 아닌가?
서쪽으로 하구(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
산천(山川)이 서로 얽혀 빽빽하고 푸른데,
여기는 맹덕이 주랑(周郞)에게
곤욕(困辱)을 치른 데가 아니던가?
바야흐로 형주(荊州)를 격파하고 강릉(江陵)으로 내려감에,
흐름을 따라 동으로 가니,
배는 천 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었네.
술을 걸러서 강가에 가서 창을 비끼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一世)의 영웅(英雄)일 진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하물며 나는 그대와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를 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을 벗하고 있네.
한 잎의 좁은 배를 타고서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하고,
하루살이 삶을 천지(天地)에 의지하니
아득히 넓은 바다의 한 알의 좁쌀알이구나.
우리네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장강(長江)의 끝없음을 부럽게 부러워하네.
나는 신선을 끼고서 즐겁게 노닐며,
밝은 달을 안고서 오래토록 하다가 마치는 것을,
불현듯 얻지 못할 것임을 알고,
여운을 슬픈 바람에 맡기네."
소자 말하되 "손님께서도 대저 물과 달을 아시오?
가는 것이 이와 같으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나 끝내 줄고 늘지 않으니,
무릇 변하는 것에서 보면 천지도 한 순간일 수밖에 없으며,
변하지 않는 것에서 보면 사물과 내가 모두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 하리요?
또, 대저 천지 사이의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비록 한 터럭일지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얻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만나면 빛을 이루어서,
이를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이를 써도 다함이 없으니,
이는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보물이니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손님이 기뻐서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르니,
고기와 과일 안주가 이미 다하고 술잔과 소반이 어지럽네.
얼마나 취했는가,
배 바닥에 우리는 이리저리 되는 대로 누워
서로를 베개하고 깊은 잠에 떨어져,
동녘이 훤히 밝아 하얗게 새어 오는 줄도 몰랐더라.
♣[赤壁賦]
중국 북송(北宋)말의 문인 소동파(蘇東坡)의 작품.
1082년(元豊 5) 소동파가 유배지인 후베이 성[湖北省] 황저우[黃州]의 창장 강[長江:양쯔 강]에 배를 띄워 적벽에서 선유(船遊)하면서 지은 것으로, 음력 7월에 지은 〈전적벽부〉와 음력 10월에 읊은 〈후적벽부〉가 있다. 전편은 적벽에서 벌어졌던 삼국시대의 고사를 생각하고 덧없는 인생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합일을 노래한 것이고 후편은 적벽야유(赤壁夜遊)의 즐거움을 구가한 것이다. 소동파 문학의 대표적인 걸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된 중국의 명문장 가운데 하나이다.
♣조조 [위 태조 무제, 맹덕]
조조(曹操, 155년 ~ 220년 1월 23일)는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의 정치가이자 군인이며 詩人이다. 자는 맹덕(孟德), 묘호는 태조(太祖), 시호는 무황제(武皇帝)이다. 후한이 그 힘을 잃어가던 시기에 비상하고 탁월한 재능으로 두각을 드러내, 여러 제후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중국 대륙의 대부분을 통일하여 위나라의 기틀을 닦았다. 조조는 삼국지의 영웅들 가운데 패자(覇者)로 우뚝 솟은 초세지걸(超世之傑)이라는 평가와, 후한을 멸망시킨 난세의 간웅(奸雄)이자 역신(逆臣)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한 몸에 받는 인물이다. 《삼국지연의》에 의해 권모술수에 능한 악인으로 저평가되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시대를 선도한 영웅이라는 재평가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는 중국 당(唐)나라와 송(宋)나라의 뛰어난 문장가 여덟 명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송팔대가는 다음과 같다.
(당나라) 한유(韓愈). 유종원(柳宗元)
(송나라) 구양수(歐陽修).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 증공(曾鞏). 왕안석(王安石)
여덟 사람 중, 소순·소식·소철은 부자형제 사이이며, 묶어서 삼소(三蘇)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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