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위원회는 검사들이 술과 식사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은 확인됐으나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代價性)이 드러나지 않아 징계 대상은 되지만 형사 처벌 대상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의혹을 폭로한 건설업자 정(鄭)모씨도 대가성을 부인(否認)했다고 한다. 정씨가 사건을 청탁하기 위해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진술하면 정씨는 뇌물 공여죄로 처벌받게 된다. 검찰청을 제 집 드나들듯이 했던 정씨가 이걸 모를 리 없다. 그런 정씨의 입에만 의존해 조사를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박기준 지검장은 정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수사를 받던 중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내자 주임검사에게 "아프다는데 수술받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하고, 차장검사에게는 "정씨에 대한 내사 사건의 수사 속도를 늦추면 안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고검의 한 검사는 정씨가 변호사법 위반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자 정씨의 부탁에 따라 수사 지휘 검사 2명에게 "당사자(정씨)가 억울하다고 하니 기록을 잘 살펴 달라"고 했다. 검찰이 이와 비슷한 일을 저지른 일반 공무원을 적발했다면 반드시 형사처벌했을 것이다. 검찰이 자주 쓰는 '대가성'이란 용어는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해 뇌물을 주거나 향응을 베푸는 걸 가리킨다. 대부분의 뇌물과 향응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 경우에 선처(善處)해줄 것을 바라는 보험(保險)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오른손으로 뇌물을 주고 그 즉시 왼손으로 부당 이득을 챙기는 건 하수(下手)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기들이 관계되면 '대가성'을 이렇게 좁게 해석해서 처벌을 피해 나간다.
부산지검에서 근무했던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은 자기를 포함한 부산지검 검사들의 비위 사실이 적힌 고소장과 진정서를 받고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부산지검으로 넘겼다. 부산지검은 접대 명단에 있는 검사에게 이를 처리하도록 했고 이 검사는 검사 접대 내역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각하(却下·조사 대상이 안 된다는 뜻) 처분했고 부장검사는 그대로 결재했다. 이건 검찰도 아니다. 도떼기시장 상인들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전국의 검사 스폰서들이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 배꼽을 쥐고 웃고 있을 모습이 눈에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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