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몸에 병이 쌓인다 |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각종 수면 장애는 수면 부족을 초래한다. 수면 부족은 심각한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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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인 <수면(sleep)>과 미국수면학회는 최근 수면무호흡증(sleep apnea) 환자가 잠에서 깨어 있을 때에 뇌혈류가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수면무호흡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집중을 하지 못하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면서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과 호흡량이 50% 이상 감소하는 저호흡이 한 시간 동안 5회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기억력과 관련 있는 옆 해마이랑(parahippocamal gyrus) 뇌와 공간 학습 능력과 관련 있는 혀이랑(lingual gyrus) 뇌 부위의 뇌혈류가 감소했다. 수면 중 수없이 발생하는 무호흡 동안에 산소 공급이 끊어지고 저산소증에 빠진다. 이런 상태가 수년간 반복되면 산소 결핍으로 뇌기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큰 문제는 수면무호흡증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각종 성인병 유발의 방아쇠인 셈이다.
수면 상태가 되면 심장 박동이 낮 시간에 비해 줄어든다. 그런데 무호흡 상태에서 갑자기 ‘푸’ 하고 숨을 몰아쉬면 심장 박동은 정상보다 2배나 빨리 뛰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심장 박동을 감당하기 위해 심장의 벽은 차츰 두꺼워진다. 이는 평상시에도 혈압을 높여 고혈압을 유발하게 된다. 심장 박동이 최고치에 달하고 산소 공급량은 최저가 되는 상태가 반복되면서 심근경색 발병률도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은 혈당을 올리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 당뇨 환자 10명 중 3명은 수면무호흡증을 경험하고 있다.
치료받지 않으면 저항력 떨어져 질환에 걸리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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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 장애는 수면클리닉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 장애 질환은 무려 80가지가 넘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순히 잠이 모자라는 정도로 인식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도둑맞은 잠이 결국, 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면 장애로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한 불면증, 기면병(narcolepsy),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syndrome), 주기적 사지운동증(periodic limb movement disorder), 몽유병(somnambulism) 등이 있다. 불면증은 많은 사람이 한 번쯤 경험하는 흔한 수면 장애 요인이다. 대부분 일정 기간 후 정상으로 돌아가므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불면증은 잠들기가 힘들거나 잠에 들었다고 해도 자주 깨서 숙면이 안 되는 경우, 또 새벽에 너무 일찍 깨서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증상이 1주일에 3회 이상, 몇 개월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된다. 나이가 많아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불면증으로 진단하지 않지만 이 경우도 지나치면 불면증일 가능성이 크다. 불면증이 심해지면 불안감이 증가하고 기억력과 판단력이 저하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신체의 저항력이 떨어져 감기 등 각종 감염 질환에 걸리기 쉽다.
반대로 잠이 쏟아지는 기면병도 수면 장애 요소이다. 기면병은 일종의 수면 과다증인데, 밤에 잠을 잘 자도 낮에 졸음이 몰려오는 경우를 말한다. 흔한 증상으로는 갑자기 잠이 쏟아지는 수면 발작 증세가 나타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순식간에 잠에 빠지는데, 심할 경우 걷거나 대화 도중에 잠을 자기도 한다. 기면병 환자는 대부분 밤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설치므로 수면 장애를 겪게 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잠들기 전에 다리에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듯한 불편한 감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다리를 계속 움직이게 되는 질환이다. 다리를 움직이면 증세가 다소 호전된다. 낮보다 밤에 잘 발생하므로 숙면을 취할 수 없는 수면 장애를 일으킨다. 우리나라 성인의 5.4%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환자는 물론 의사도 잘 알지 못하는 질환이다. 주기적 사지운동증은 수면 중에 다리를 주기적으로 차는 동작으로 수면을 방해한다. 65세 이상 성인 10명 중 4~5명이 이 질환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불안증후군과 주기적 사지운동증의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뇌 호르몬인 도파민의 작용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몽유병은 자다가 일어나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증상으로 어린이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수면 장애이다. 초등학생 15%가 한 번씩은 몽유병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도 하므로 외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수면 장애는 수면 부족을 초래한다. 수면 부족은 심각한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국립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은 “수면 부족은 심각한 상해나 질병의 원인이 된다. 수면 부족은 자동차 추돌 사고, 비만, 당뇨, 심장병, 우울증을 유발하고 집중력·반응력·기억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수면 부족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더라도 인슐린이 포도당을 세포조직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제2형 당뇨병이라고 한다.
식욕 호르몬 분비 촉진해 비만 부르기도
또, 잠을 자지 않으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leptin)이 감소하면서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이 증가한다. 따라서 잠을 자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허기를 느끼고 음식을 먹게 된다. 결국 수면 부족은 혈당 대사와 내분비 기능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수면 부족은 비만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비만은 상당수 성인병의 요인으로 꼽힌다. 잠을 적게 자면 비만해질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학협회가 2005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가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수면량이 적다. 하루 수면 시간이 8시간 미만일 때 수면량이 줄어들수록 체질량지수(BMI)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 의대의 헤임스필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4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하는 사람의 비만 확률은 7~9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73% 높았다. 수면 시간이 5시간과 6시간인 경우의 비만 확률은 기준보다 각각 50%와 23% 높았다. 1시간 더 잘 때마다 비만 확률이 평균 25% 포인트 낮아지는 셈이다.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코티졸(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증가한다. 이 호르몬은 각성을 일으키고 지방을 저장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밤에도 낮같이 불을 밝히고 심야방송이나 영업 등으로 새벽까지 낮 생활을 연장시키는 대도시의 환경은 잠을 빼앗는데 한몫한다. 잠이 부족하면 건강을 잃고 만병을 얻는다는 점에서 이런 생활 양식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볼 필요가 있다.
수면 장애는 수면클리닉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잠자리에 일찍 들고 낮에 졸리지 않으면 적당 |
어떻게 자야 내 몸에 좋을까?
적절한 하루 수면 양은 얼마일까? 적절한 수면 양이란 다음 날 낮에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졸리지 않을 정도이다. 성인은 하루 7시간30분, 청소년은 8시간, 어린이는 9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다. 성인이 8시간 30분 이상 수면을 취하면 비만 확률이 높아진다.
수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몰아서 자는 잠은 수면 부족으로 인해 이미 손상된 건강을 복구하지 못한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장은 “이미 적게 자는 동안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잠을 몰아서 잔다고 회복되지 않는다. 짬이 날 때마다 쪽잠을 자는 것도 역시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고 조언했다.
수면 장애가 나타나면 자의적으로 진단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흔히 수면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불면증의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면무호흡증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체시계(bio-clock)를 잘 지켜 숙면하면 수면 부족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뇌에는 생체시계가 있다. 자명종 소리가 울리지 않아도 특정 시각이 되면 스스로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체시계는 멜라토닌(melatonin)이라는 신경 호르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멜라토닌은 외부 환경이 어두워지면 분비량이 늘어나 수면을 촉진한다. 멜라토닌은 잠들기 2시간 전에 분비되기 시작해 새벽 2~4시께에 최고조에 달하며 아침 기상 시간쯤 최저가 된다. 따라서 밤에 잠을 자지 않거나 불을 켜두고 잠을 자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생체시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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