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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첫 인공세포 만든 원동력이죠”

화이트보스 2010. 6. 17. 10:29

황당한 얘기도 수용가능한 분위기 인류 첫 인공세포 만든 원동력이죠”

 
2010-06-17 03:00 2010-06-17 04:10 여성 | 남성
美JCVI 대니얼 깁슨 박사



“금요일에 최종 실험을 하고 월요일 출근해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주말이 무척 길었습니다. 인공세포가 탄생했다는 표시인 파란 콜로니(미생물 하나가 세포분열로 늘어나 눈에 보이는 군집 덩어리를 이룬 것)를 보고 날아갈 것 같았죠.”

15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JCVI)의 대니얼 깁슨 박사(사진)는 첫 인공세포 탄생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했다. 깁슨 박사는 17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제8회 국제대사공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인류가 처음으로 창조한 생명체인 ‘인공세포’ 논문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제1저자로 발표했다.

깁슨 박사가 만든 인공세포는 ‘마이코플라스마 마이코이데스’라는 세균의 게놈을 통째로 합성한 뒤 친척뻘인 다른 세균의 몸에 넣어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든 인공세포는 게놈 정보에 따라 원래 세균의 특성을 보였다. “2004년 12월부터 줄곧 이 일을 했습니다. 2002년 연구소 설립자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인공생명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무모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마침내 해낸 것이죠.”

깁슨 박사와 20여 명의 동료는 실패를 겪을 때마다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면서 극복해왔다. 프로젝트에 들어간 연구비는 4000만 달러(약 500억 원)에 이른다. “100여만 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게놈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오류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걸 찾아 일일이 바로잡는 일이 쉽지 않았죠.”

그는 “지금은 기존 생명체의 게놈을 복제해 인공세포를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게놈을 직접 디자인해 인공세포를 만드는 연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사람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경우 무시무시한 병원균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모든 기술엔 양면성이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로 매년 미국에서 4만5000명이 사망하는데 그렇다고 자동차를 없앨 수는 없잖아요. 인공세포 기술을 이용하면 유용한 물질을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깁슨 박사는 이런 혁신적인 연구가 성공한 배경에는 든든한 연구비뿐 아니라 연구소의 개방적인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저희 팀원 20여 명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공유합니다. 어떤 얘기를 해도 황당하다거나 쓸데없다는 말을 듣지는 않지요. 저희 연구야말로 시작할 때는 ‘황당한 얘기’였으니까요.”

제주=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