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일 오후(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2번째경기 한국-아르헨티나 경기에서 박주영이 프리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박주영이 실수로 자책골을 넣자, 승리를 기원했던 네티즌들이 실망감에 가득 차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각 포털 사이트와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엔 박주영을 '매국노'라고 지칭하는 인신공격성 글이 빗발쳤다. 또 평소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박주영의 종교를 언급하며 특정 종교와 결부해 욕을 하는 글들도 상당수였다.
지난 그리스전에서 아깝게 놓친 골 찬스를 언급하며 박주영의 스트라이커 자질에 대한 비난도 줄을 이었다. 또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16강 탈락의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경기인 스위스전을 떠올리며 첫 골의 빌미가 된 프리킥 찬스를 박주영이 만들었다고 옛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팬들은 포토샵을 이용해 박주영을 조롱하는 사진을 제작하기도 했다. 한 사진은 박주영이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애국가를 듣고 있는 모습이다. 박주영 얼굴과 합성한 '아르헨티나의 13번째 전사'라는 영화 패러디 포스터도 등장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관점으로 밖에서 보는 눈은 국내 네티즌들과는 분명 달랐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아르헨티나전 평점에서 박지성과 함께 박주영에게 팀내 최고 점수인 7점을 주었다. '불행한 자책골을 기록했다. 후반전엔 넓은 시야에 좋은 패스로 훌륭한 플레이메이킹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축구 전문 사이트 골닷컴은 박주영에게 무난한 6점을 주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평범한 경기를 펼친 5점이란 평점을 부여했다. 적어도 네티즌들의 비난 만큼 내용상 못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 16강을 원한다면 박주영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비라인의 맏형 이영표(33ㆍ알 힐랄)는 "주영이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실점한 것이다. 이 일로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고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어찌됐든 박주영의 부활에 '대표팀의 미래'가 걸렸다. 박주영이 살아나야 나이지리아를 넘어 16강에 오를 수 있다. 빨리 자책골의 부담과 팬들의 비판을 털어내고 자신감을 찾는게 급선무다. 박주영이 특유의 창조적인 플레이와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