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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자체 '내부 충돌'

화이트보스 2010. 7. 3. 23:07

대한민국 지자체 '내부 충돌'

입력 : 2010.07.03 03:02 / 수정 : 2010.07.03 13:09

"이들은 요직으로, 저들은 한직으로"… "4대강은 못한다, 한다"
선거후 권력 바뀐 지역, 인사·정책 갈등 심화… 광역·기초 자치단체간 알력도 커져

서울 성동구는 민선 5기 출범일인 지난 1일 100명에 달하는 인사 명령을 냈다. 신임 고재득 구청장(민주당)은 감사담당관·총무과장·자치행정과장·문화공보체육과장·주민생활지원과장·주택과장을 모두 한직(閑職)으로 여겨지는 동장으로 발령하면서 대규모 물갈이를 단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인사 태풍'이 민주당으로 바뀐 대부분의 구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 태백시에서 있었던 1일 인사 역시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시는 이른바 '변두리'로 불리는 외부 사업소 과장들을 대거 주무과장으로 발탁했는데, 이에 대해 일각에서 "사업소 소장들이 이번 선거를 기회로 보고 신임 시장 선거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취임식날 대대적 인사를 한 것은 노골적 논공행상(論功行賞)"이라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인사 갈등 점화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민주당)도 1일 인사를 통해 요직으로 불리는 총무국장과 공보담당관, 감사담당관 등 4·5급 간부들을 바꿨다. 이를 두고 "능력이나 성향 파악 없이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던 '바꾸고 보자'식 인사가 재연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선기 경기 평택시장(민주당)은 1일 취임과 동시에 주요 부서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존 직원들을 대기발령했다. 이에 대해 "보복성 인사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남도는 아직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지만, 김두관 지사가 취임 직전 "전임 도지사가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11명)은 사표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어 도청 안팎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권력이 바뀐 지역에서 인사와 정책을 둘러싼 공무원 조직 내부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 지자체와 지방의회 간 알력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2일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인사를 재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시의회 사무처장에 최항도 전 경쟁력강화본부장을 내정한 데 대해, 의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 의원들이 "시 의회를 무시한 일방적 인사"라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2일 인사 철회를 요구했고,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여 원점에서 인사를 다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소통을 강조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새 임기 신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시의회 사무처장 자리는 규정상 의장 추천을 받아 시가 임명하게 돼 있다. 시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8대 의회가 개원하기 전이라 7대 의회 의장단을 통해 사무처장 인사를 마무리했는데, 이런 점도 민주당쪽 기분을 상하게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사무처장이 같이 일해야 할 대상은 8대 의회인데 한나라당 일색인 7대 의회를 거쳐 인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번 충돌은 신임 최항도 사무처장이 오 시장 '심복'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민주당측 정서적 거부감도 한몫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자기 사람을 통해 시 의회를 조종한다는 생각을 (민주당이) 갖는 것 같다"고 했다.

◆정책 엇박자 난무

경남도에서는 김두관 지사가 정무부지사 산하에 4대강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외부전문가를 본부장(3급공무원)으로 임명할 계획이어서 공무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한 직원은 "국책사업에 반대하기 위한 조직을 도에 두는 것과 공무원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4대강 사업을 놓고 안희정 지사와 기초단체장들 간 불협화음이 지속될 전망이다.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안 지사와 달리 공주·부여 등 4대강 사업 지역 기초단체장과 공무원들은 "효과와 주민 기대감이 크다"는 이유로 계속 추진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 이용우 부여군수(자유선진당)는 "백마강 권역은 토사 퇴적으로 수심이 낮고 배수장이 많아 장마철 수해 피해 우려가 크므로 농경지 침수 피해 예방 차원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하천 주변을 친수공간으로 꾸며 관광자원화하자는 주민들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공사를 두고 '세종시 사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권고에 따라 7만석 규모 주경기장을 서구에 짓기로 하고 주민토지보상 절차도 80% 가까이 진행한 상태. 그러나 송영길 신임 시장이 "주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5만석 규모 문학경기장 관중석을 5000석 늘리고 VIP라운지를 개선, 문학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언하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전년성 서구청장(민주당)은 "서구 구민은 분노를 넘어 소란을 일으킬 분위기"라며 "주민들이 '송영길 시장 취임식장에서 시위를 벌이겠다'는 걸 가까스로 말렸다"고 말했다. 전 구청장은 "한번 결정된 일은 주민과의 약속이므로 그만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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