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결성한 아수나로는 중고교생이 중심이 된 학생인권운동 단체다.
■ 카페회원 6691명… 학생인권조례 제정 압박할듯

학생인권 정책협약식 참석한 진보 교육감 후보들 청소년 단체 아수나로가 주도해 5월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건강연대에서 열린 ‘학생인권 신장 정책협약식’. 이 자리에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왼쪽부터)와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후보(낙선·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참석해 아수나로 회원들과 함께했다. 이들이 쓰고 있는 수수깡 안경은 학생을 바라보는 색안경을 벗으라는 의미에서 아수나로가 준비한 것이다. 연합뉴스 |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 ‘엑소더스’에 나오는 청소년 조직 ‘아수나로’의 이름을 따 왔다. 아수나로는 일본에서 자라는 상록수의 하나로 ‘불멸, 불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소설에서 아수나로는 자신들을 위한 땅을 구해 ‘대안자치국가’를 만드는 모습으로 그려진다.아수나로는 결성 이후 서울 광주 인천 등 8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두발 규제 반대, 체벌 반대 등 청소년 인권운동을 주로 벌여왔다. 최근에는 ‘일제고사 거부 체험활동’과 ‘교원평가 반대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들이 만든 ‘교원평가 반대’ 선전지를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학생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아수나로 인터넷 카페에는 4일 현재 6691명이 가입해 있다. 이들은 학교명이나 실명을 쓰지 않는다.이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서울시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추대위에 주요 단체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을 초청해 학생인권신장 정책 협약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협약식에 참석했다. 1일 곽 교육감 취임식에서는 ‘인권조례○ 일제고사× 무상교육○ 교원평가×’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를 대신 읽을 때는 ‘지켜보고 있다’는 피켓으로 바꾸기도 했다. 2일에는 전국 교육감과 교육의원들에게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일제고사나 자율고처럼 학생들을 경쟁시키는 정책을 중단하며 무상급식을 실시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교육계에서는 앞으로 이들이 진보 교육감의 공통 공약인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아수나로는 2009년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기획단에 참여했다. 당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곽 교육감이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안에는 아수나로가 주장한 강제 야간자율학습 금지, 두발 자유, 체벌 금지 등이 그대로 들어 있다.진보 진영에서는 “아수나로와 같은 청소년 운동은 4·19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현안에 대한 청소년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독자적으로 이념이나 견해를 갖기엔 미성숙하기에 위험할 수 있다”며 “특히 진보 교육감이 나왔다고 교원평가나 성취도평가를 적극 반대하는 것은 교육을 정치화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