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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3차례나 한국 칭찬에 바쁜 오바마의 계산

화이트보스 2010. 7. 6. 14:36

1주일에 3차례나 한국 칭찬에 바쁜 오바마의 계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또 한국을 언급하면서 칭찬했다. 지난 2월 23일 국내 방송의 9시뉴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현지시각 2월 22일)도 한국 얘기를 꺼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준으로 일주일 사이에 세 번이나 한국을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에 무슨 말을 했는지 시간 순으로 살펴보자.

그는 미국 대통령 중 30년 만에 처음으로 새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성공사례를 언급했다.

원전·고속철·교육… “한국을 봐라”

오바마 대통령은 2월 16일 메릴랜드주 랜햄의 한 노조교육센터를 방문해 “현재 세계에서 건립 중인 원전 56기(基) 가운데 21기가 중국에서, 6기가 한국, 5기가 인도에서 건설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원전에서 일자리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신기술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이든 태양이든 풍력이든, 우리가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데 실패하면 이러한 기술을 수입해야 하는 뒤처진 국가가 된다”며 “일자리도 미국이 아닌 외국에 생기게 되는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16일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성공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 photo 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사흘 후인 19일에 한국을 또다시 언급하며 미국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네바다주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라스베이거스 상공회의소 회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외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을 거론했다. 그는 “중국이 40개의 고속열차 노선을 건설 중인데 우리가 한 개만 건설한다면 미래의 인프라를 우리는 가질 수 없다”면서 “만일 인도나 한국이 우리보다 더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를 양성한다면 우리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2월 22일 그는 또 한번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을 얘기하며 미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전국의 주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지난해 방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나눴던 한국의 교육열을 다시 거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 당시 ‘가장 큰 교육분야 도전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 대통령이 “가장 큰 문제이자 힘든 일은 한국 부모들이 너무 요구가 많다는 것”이라면서 “한국 부모들은 (초등학교) 1학년에서 자녀들이 영어를 배우기를 원하고, 이 때문에 외국어를 말하는 많은 교사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점을 거듭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한국 부모)은 자녀들이 수학, 과학, 외국어 등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다 잘하기를 원한다”면서 “다른 나라보다 교육을 더 잘 시키는 나라가 미래에 우리를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자녀들이 탁월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국을 자주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한국의 자동차 경쟁력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미래의 자동차를 한국과 일본이 아닌 바로 오하이오와 미시간주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취임 후에는 특히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대해 여러 번 찬사를 바쳤다. 그가 하도 미국은 한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에 한국인들은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게 우수한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美 대통령 중 잦은 공개 칭찬은 처음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국 대통령 중 공개석상에서 한국을 이렇게 자주 언급하고 우호적으로 말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이다. 우리로서는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한국을 좋게 말하는 것이 물론 기분 좋은 일이다. 한국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왜 이렇게 한국을 자주 언급할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만한 까닭이 있다. 우선 미국이 당면한 과제에서 한국이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 큰 요인이다. 미국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가 교육이다. 미국의 교육은 글로벌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에는 세계적 명문 대학이 즐비한데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그것은 대학에 국한해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미국은 대학 가서 공부를 많이 시키는 시스템이다. 그 전 단계에서는 외국에 비하면 수업 일수도 적고 기초 학력도 낮은 편이다. 대학만 해도 아직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기 때문에 전세계의 우수학생들이 몰려들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학생의 학력은 높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의 학력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미국 공립학교의 중도 퇴학률이 40∼50%나 되는 학교가 수두룩하고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의 수학·과학 성적은 선진국 중 하위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7일 미국 학생의 과학과 수학 능력이 한국 등의 학생들보다 뒤지고 있다며 과학 연구와 발전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5세 미국 학생의 국제 경쟁력은 과학에서 21위, 수학에는 25위”라면서 “이는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과 경제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최우선 과제이며 한국이 좋은 사례라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태권도 도복을 선물받은 후 정권지르기 자세를 취해 보이고 있다. / photo 청와대사진기자단
원자력, 고속철도, 풍력, 태양광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앞서가고 있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자극을 받는 대목이다. 원자력의 경우 미국은 지난 30년간 건설을 중단해 원전기술 수준이 후퇴한 반면, 미국에서 기술을 이전 받은 한국은 독자적인 기술을 발전시켜 최근 UAE 등 해외에서 초대형 수주를 하는 등 이 분야 강국으로 떠올랐다. 원전 건설 중단은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판단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원전에서 단기간에 경이로운 발전을 이룩한 한국이 좋은 사례로 비쳤던 것이다. 고속철도, 풍력, 태양광 등 첨단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하는데” 美 국민에 자극 주기?

여기까지는 긍정적인 대목이고 부정적인 대목도 물론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선진국이었고 현재 세계 2위 대국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이면서 올해 일본을 뛰어넘고 미국을 바짝 추격할 것이 확실시되는 나라다. 이들 나라를 예로 들어 미국인을 자극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미국에서 이미지가 약한 나라다. 대다수의 미국인에게 한국은 한국전쟁과 과격 시위, 태권도 정도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개발도상국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오바마 입장에서는 “한국도 이렇게 잘하는데 우리 미국이 이래서 되겠냐?” 하고 국민에게 자극을 주기에 한국은 안성맞춤인 나라인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3월 10일 그는 “우리 아이들은 매년 한국 아이들보다 학교에서 한 달 정도를 (학교에서) 덜 보낸다”면서 “한국 아이들이 그렇게 한다면 바로 여기 미국에서 우리들이 그렇게 하지 못할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이유도 있다. 그는 전임자들에 비해 한국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편이다. 그 자신이 혼혈이어서 이(異)문화에 대해 비교적 개방적인 데다 상원의원 시절인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태권도를 수련해 녹색띠를 취득하는 등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주위에 비중 있는 한인 참모도 적지 않다. 이런 요인과 한국의 국력상승이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 박영철 차장 yc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