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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의장성명 초안

화이트보스 2010. 7. 11. 11:22

개탄하고 규탄하지만, 공격주체는 쏙 빠진 안보리 의장성명 초안

입력 : 2010.07.09 17:20 / 수정 : 2010.07.09 22:52

비극적인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하고(deplore),사건의 책임자(those responsible for the incident)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규탄하고(condemn)….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각 9일 오후 10시30분)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爆沈)을 비난하며, 9일(한국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주요국들이 채택한 의장 성명 초안은 일부 강도높은 수사를 썼지만, 도대체 이 개탄할 공격의 주체가 누구인지, 이 사건(incident)의 책임자는 누구인지가 전혀 명시돼 있지 않다.

안보리가 9일 채택한 이 성명은 7항에서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공격(attack)’이라는 표현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폭침됐다는 사실을 안보리가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규탄한다(condemn)’는 표현도 상당히 강력한 외교적 수사에 속한다. 이 초안은 ‘P5(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2(한국·일본)’가 잠정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초안은 정작 중요한 이 공격의 주체에 대해서는 명시적 언급을 피했다. 초안 4항은 “이번 사건의 책임자(those responsible for the incident)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는 표현만 썼을 뿐이다.

물론 초안의 전체 맥락을 보면 북한이 공격의 주체임을 알 수 있게 돼 있다. 성명은 북한에 공격의 책임이 있다는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초안 발표자로 나선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 문건이 직접적으로 북한을 비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성명은 매우 명확하다”면서 “천안함 공격은 비난받아야 하며 한국을 향한 추가 도발은 없어야 한다는 안보리의 판단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초안 채택 과정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북한 측의 입장에 무게를 실어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공격’이라는 표현과 ‘규탄한다’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안보리 의장성명은 G8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이 ‘북한의 공격’을 명시한 것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주요국들이 모두 동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성명 채택을 ‘성공’으로 보고 있다. 라이스 대사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모두 동의했다”고 밝혀, 중국이 기권이나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 유엔 소식통은 “유엔에 올라오는 모든 안건은 철저한 협상에 의해 처리된다”며 “우리의 모든 입장이 반영되는 일은 드물다. 이 정도 성과만 해도 대단한 것”이라고 평했다.

천안함 사태 안보리 의장성명 합의문안(7.8)

1. 안보리는 2010년 6월4일자 대한민국(한국) 주유엔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81) 및 2010년 8월 8일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주유엔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94)에 유의한다(note).

2. 안보리는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개탄한다(deplore).

3. 안보리는 이러한 사건(incident)이 역내 및 역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4. 안보리는 인명의 손실과 부상을 개탄하며(deplore),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한국 국민과 정부에 대해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명하고, 유엔 헌장 및 여타 모든 국제법 관련규정에 따라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이번 사건 책임자(those responsible for the incident)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call for).

5.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in view of)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express the Security Council’s deep concern).

6.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take note of).

7. 이에 따라(therefore),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규탄한다(condemn).

8. 안보리는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러한 공격이나 적대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underscore).

9. 안보리는 한국이 자제를 발휘한 것을 환영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stress).

10.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

11. 안보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