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는 낼 수 없는 깊은 맛… '슬로푸드'와 함께 주목받아
요리사들 '소스'로 높이 평가 "재료 고유의 맛 고루 살려줘"
전남 담양군 창평면에서는 사시사철 장(醬)이 익어간다. 국내 유일의 간장 명인 기순도씨(농식품부 지정 전통식품 명인 35호)가 항아리 600여개에 담가둔 전통간장이다. 창평 고씨 14대 종부(宗婦)로 360년(추정) 된 씨간장을 지켜오고 있는 기씨는 "전통간장은 양조간장으로 낼 수 없는 깊고 깔끔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기순도씨는 모든 음식의 맛을 간장으로 조절한다. 김치에도 젓갈 대신 간장을 넣는다. 그의 간장김치는 전혀 짜지 않고 뒷맛이 더할 수 없이 깔끔하다. 전통간장은 음력 11월에 메주를 띄워 정월에 씻고 죽염을 풀어 넣어 45~50일 동안 둔다. 4월 말에 된장과 간장을 나누는데, 이를 '장을 가른다'고 한다. 100년 이상 묵었다는 간장은 씨간장에 햇간장을 부어 계속 첨장하며 간수해 온 것이다. 원래 간장은 1년이 지나면 40% 정도가 날아간다.
- ▲ 전남 담양에서 장을 담그고 사는 간장 명인 기순도씨. 그는 모든 음식의 간을 전통 간장으로 맞춘다. 젓갈 대신 간장을 써 만든 그의 간장김치는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다. /담양=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장은 우리 민족 식생활의 기본이었다. 삼국사기(683년)에 따르면, 신라 신문왕 때는 혼례 품목에 들 만큼 귀하게 여겼다. 하지만 대중이 '싸고, 편하고, 빠르고, 달콤한' 것을 찾게 되면서 메주로 띄운 간장은 차츰 사라졌다.
흔히 국간장, 조선간장, 진간장이라 불리는 것은 모두 전통간장을 말한다. 집집마다, 해마다 맛이 다르다. 반면 맛이 균일한 간장을 부르는 말은 양조간장, 개량간장, 왜간장(일제침략기 이후 대량 생산된 간장)이다.
올해 '세계 레스토랑 베스트 50'에서 1위에 오른 덴마크의 '노마'에서 일했던 김진래 셰프(광화문 '콩두')는 "제대로 만든 전통간장은 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면서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아도 달고 풍부한 맛을 낼 수 있어 요리에 자주 쓴다"고 말했다. 양조간장으로 유명한 기업 샘표에서도 2001년부터 '맑은 조선간장'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인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일본 기코만(Kikkoman) 간장의 판매고는 5조원이 넘는다"며 "일본 간장이 선점하고 있는 세계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기본 소스인 우리 간장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일본에 간장을 전해 준 것은 백제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간장 활용법
- ▲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진해지는 전통간장. 왼쪽부터 청장(1년), 중장(2~3년), 진장(5년 이상)이다. /담양=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나물무침에 넣으려면 미리 양념장(전통간장, 소금, 참기름 등)을 만든 후, 나물을 데쳐 무치면 된다. 전통간장을 많이 넣으면 질척해지니, 소금을 약간 넣어 물기를 줄이는 게 포인트. (샘표 요리교실 ‘지미원’ 이홍란 원장)
―된장국을 끓일 때 전통간장으로 마무리하면 맛이 깊어진다. 맛과 향을 살릴 정도로만 넣으면 된다. (기순도 명인)
―고기 소스를 만들 때 양조간장 대신 전통간장을 넣으면 설탕 없이도 단맛이 우러난다.
―전통간장 소스는 감칠맛이 강해 어느 요리에든 두루 쓰기 좋다. 전통간장 소스를 만들 때는 전통간장과 물을 1대 1 비율로 섞은 후, 대추·감초·검정콩을 한 움큼씩 넣어 끓인다. 약한 불에서 30% 정도 줄어들 때까지 조렸다가 불을 끈다. (한식레스토랑 ‘콩두’ 김진래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