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안산 분원 로봇기술연구부 민군실용로봇사업단은 한양대 한창수 교수 연구팀과 함께 2년간 6억 원을 들여 군사용 입는 로봇 ‘하이퍼(HyPER·Hydraulic Powered Exoskeleton Robot)’를 개발했다. 국내에서 군사용 입는 로봇을 만든 것은 이곳이 처음이며 9월 공식 공개 예정이다.
○ 몸체 100kg 알루미늄 합금로봇을 입으면 힘이 세지는 것은 바로 로봇의 ‘액추에이터’ 때문이다. 액추에이터는 기계장치를 움직이게 만드는 구동장치로 사람의 근육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동안 일본이나 국내에서 개발된 입는 로봇은 대체로 전기모터를 사용했다. 입는 로봇은 아니지만 일본 혼다의 두 발로 걷는 로봇 아시모, KAIST의 휴보 등도 마찬가지다. 휴보를 만든 KAIST 오준호 교수는 “전기모터는 힘은 부족하지만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고 무게도 가벼워져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용 로봇은 다르다. 제대로 만들려면 전기모터 방식으로는 힘이 부족하다고 로봇 전문가들을 말한다. 이번에 생기연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하이퍼는 파워를 높이기 위해 전기모터 대신 기름의 압력을 이용해 실린더를 움직이는 ‘유압식 액추에이터’를 이용했다

하이퍼의 몸체. 사람의 두 다리를 보조하기 위한 ‘외골격’과 유압식 액추에이터 등이 보인다. |
하이퍼는 군인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도 쉽게 걸어갈 수 있도록 만든 하체 강화 로봇으로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8개의 유압식 액추에이터로 움직인다. 성인 남자가 120kg의 짐을 짊어지고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몸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다. 배터리 등을 합하면 무게가 100kg에 달하지만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입고 있는 사람은 무게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생기원 장재호 선임연구원은 “하이퍼는 사람과 짐, 로봇의 무게를 합하면 300kg을 짊어지고 움직인다”며 “유연성, 정밀도 등에서 개선할 점이 많지만 힘은 미국의 로봇보다 세다”고 강조했다.
생기원 로봇기술연구부는 유압식 액추에이터를 이용한 로봇 연구에는 일가견이 있다. 이미 2006년부터 네 발로 걷는 군사용 짐꾼 로봇 ‘진풍’(견마로봇) 역시 같은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 신발 허리 발목 등에 압력 센서하이퍼의 신발, 허리, 발목 등 곳곳에 25개의 정밀한 압력 센서가 붙어 있다. 이 센서는 사람과 로봇의 동작을 일치시키는 데 쓰인다. 로봇은 이미 대부분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연구팀은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탑승자의 모든 동작을 오차 없이 완벽하게 따라할 수 있도록 정교성을 높이기 위한 동작 알고리듬 보정에 열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인간의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인 ‘근전도’나 힘을 줄 때 근육이 딱딱해지는 ‘근육경도’를 감지하는 방식도 연구하고 있다.박상덕 생기원 단장은 “유압식 로봇은 정밀한 제어가 어렵고 힘이 세서 동작 알고리듬을 만드는 데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9월경이면 외부 전력 없이 8, 9시간 동안 자유롭게 입고 걸을 수 있는 로봇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