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신재생 에너지.

학교 운동장 절반만 한 땅 밑서 6000가구 쓸 전기 만든다

화이트보스 2010. 7. 16. 10:54

학교 운동장 절반만 한 땅 밑서 6000가구 쓸 전기 만든다 [중앙일보]

2010.07.15 18:40 입력 / 2010.07.16 00:23 수정

독일 지열발전소 현장 가보니

관련핫이슈

지열(地熱)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반영구적 에너지다. 그러나 지열 발전은 화산지대가 많은 나라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발전을 하려면 섭씨 200도 이상의 고온 수증기가 필요한데 비화산지대에서는 이 정도 뜨거운 수증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화산지대인 독일은 이런 통념을 깨고 지열 발전을 상용화했다. 땅속 깊은 곳의 열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덕이다. 비화산지대인 한국에도 적용할 만한 기술이라 우리에게도 관심사다. 독일의 지열 발전 현장을 가 봤다.

독일 란다우 지열발전소 전경. 뜨거운 물을 퍼 올리는 시추공(오른쪽 붉은색 기둥)과 식은 물을 다시 주입하는 시추공(왼쪽 푸른색).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남서쪽으로 140㎞ 정도 떨어진 소도시 란다우. 이곳의 지열발전소는 지하 수천m 속 물 없는 암반까지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해 덥힌 뒤 끌어 올려 발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란다우 지열발전소는 당초 예상과 달리 웅장하지도,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도 않았다. 가로 60m, 세로 70m 정도의 직사각형 모양의 대지(4200㎡, 약 1270평) 3분의 1 정도 면적 위에 발전기와 터빈, 물과 가스의 순환용 파이프만 즐비했다. 나머지 땅은 주차장과 사무실 등이었다. 이런 자그마한 지열발전소가 밤낮과 계절을 타지 않고 하루 24시간 전기를 만들고 있었다. 이산화탄소 같은 오염물질을 내뿜지 않는다. 발전 용량은 3.8㎿로 6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터빈을 돌린 뒤 나오는 70도가량의 물은 1000가구에 온수로 공급된다. 란다우 지열발전소는 2007년까지 4년간 2100만 유로(약 350억원)를 들여 완공했다.

이 지열발전소는 지하 3300m 깊이까지 개당 길이 27m, 굵기 21~60㎝(8.5~24인치) 쇠파이프를 박았다. 지질 조사자료를 활용해 가장 열이 많이 있을 만한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뚫은 것이다. 시추공 하나로는 물을 집어 넣고, 다른 한쪽으로는 땅속에서 덥혀진 물을 끌어 올린다. 이 물은 온도가 충분히 높지 않아 곧바로 발전 터빈을 돌리지 못하므로, 비등점이 36도인 별도 액체 ‘펜탄’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상용 심부 발전은 시작 단계=세계적으로 지열 발전을 하는 곳은 미국·노르웨이·일본·아이슬란드·호주 등 적잖다. 전 세계적으로 지열 발전 설비 용량은 2008년 말 현재 10GW(원전 10기 발전량에 해당)에 이른다. 연말까지 그 설비가 3GW 정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각국은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인 지열 개발에 국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지열 발전을 하는 곳은 200도 이상의 고온이 형성되는 화산지대다. 수백m 정도의 얕은 땅 밑의 열을 이용하면 된다. 란다우 지열발전소처럼 비화산지대이면서 깊은 땅속의 열을 물을 이용해 끄집어 내 상용 발전하는 곳은 없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란다우 지열발전소와 같은 방식으로는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가 있지만 이는 유럽연합이 연구용으로 건설했다. 상용 발전으로는 란다우가 유일하다.

◆태양광 발전보다 경제성 높아=우리나라에서 붐을 이루는 태양광·풍력보다 심부(深部) 지열 발전은 경제성이 더 높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h당 정부가 사 주는 가격(판매단가)은 태양광 발전이 647원, 풍력은 107원이다. 독일에선 16~27센트유로(242~408원)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경제성이 태양광과 풍력의 중간쯤이다. 그러나 지열 발전이 기후나 바람의 유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설비 효율이 풍력의 다섯 배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에는 없어=한국에는 지열 발전이 없다. 발전을 위해 지열을 개발한 적이 없고, 온천 개발이나 냉난방용 정도로 지열을 이용하려고 땅에 구멍을 뚫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은 신기술을 적용하면 발전을 하는 데 충분한 지열을 얻을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국토의 남동부 지역(경상도 남·북부, 전북 중·동부, 경기도 중·남부, 강원도 중부)에 비교적 열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지역을 지하 5000m까지 파내려가면 63~171도의 열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란다우(독일)=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지열 발전, 풍력 5배 정도 효율 높아”
지열 개발 전문가 바움괴르트너 박사


“깊은 지하까지 구멍을 뚫어 열을 이용하는 심부(深部) 지열발전이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을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풍력의 5배 정도 효율이 나아요. 한 지역에 여러 개의 시추공을 뚫어 발전량을 늘리는 쪽으로 발전하리라 봅니다.”

프랑스 슐츠와 독일 란다우의 지열발전소 건설을 총괄한 독일 베스텍㈜ 요르그 바움괴르트너(사진)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열 개발 등 시추 전문가다. 한국이나 독일처럼 지열이 풍부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지질구조와 지열 분포를 면밀히 살핀 뒤 지열발전소 건설에 나서야 실패할 확률이 적다고 그는 조언했다. 땅 속 상태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미리 관련 데이터를 최대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부 지열발전소의 수명은 시추공의 쇠파이프가 부식돼 파손될 때까지다. 50년 정도다. 쇠파이프가 삭아버리면 갈아 끼울 수 없기 때문에 그 옆에 다시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

“지열 발전소의 핵심은 지하 시추입니다. 지반이 변형되지 않게 시추한 뒤 안정적으로 열을 꺼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상 시설은 이미 성능이 입증된 장비가 많아요.”

그는 슐츠와 란다우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심부 지열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확보했다. 심부 지열발전이 확산되려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나 신기술 개발 차원의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바움괴르트너 대표는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기사공유미투데이 트위터페이스북구글del.icio.usMSN프린트 | 이메일 | 블로그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