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열발전소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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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란다우 지열발전소 전경. 뜨거운 물을 퍼 올리는 시추공(오른쪽 붉은색 기둥)과 식은 물을 다시 주입하는 시추공(왼쪽 푸른색). | |
이 지열발전소는 지하 3300m 깊이까지 개당 길이 27m, 굵기 21~60㎝(8.5~24인치) 쇠파이프를 박았다. 지질 조사자료를 활용해 가장 열이 많이 있을 만한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뚫은 것이다. 시추공 하나로는 물을 집어 넣고, 다른 한쪽으로는 땅속에서 덥혀진 물을 끌어 올린다. 이 물은 온도가 충분히 높지 않아 곧바로 발전 터빈을 돌리지 못하므로, 비등점이 36도인 별도 액체 ‘펜탄’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태양광 발전보다 경제성 높아=우리나라에서 붐을 이루는 태양광·풍력보다 심부(深部) 지열 발전은 경제성이 더 높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h당 정부가 사 주는 가격(판매단가)은 태양광 발전이 647원, 풍력은 107원이다. 독일에선 16~27센트유로(242~408원)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경제성이 태양광과 풍력의 중간쯤이다. 그러나 지열 발전이 기후나 바람의 유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설비 효율이 풍력의 다섯 배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에는 없어=한국에는 지열 발전이 없다. 발전을 위해 지열을 개발한 적이 없고, 온천 개발이나 냉난방용 정도로 지열을 이용하려고 땅에 구멍을 뚫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은 신기술을 적용하면 발전을 하는 데 충분한 지열을 얻을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국토의 남동부 지역(경상도 남·북부, 전북 중·동부, 경기도 중·남부, 강원도 중부)에 비교적 열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지역을 지하 5000m까지 파내려가면 63~171도의 열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란다우(독일)=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지열 발전, 풍력 5배 정도 효율 높아”
지열 개발 전문가 바움괴르트너 박사
프랑스 슐츠와 독일 란다우의 지열발전소 건설을 총괄한 독일 베스텍㈜ 요르그 바움괴르트너(사진)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열 개발 등 시추 전문가다. 한국이나 독일처럼 지열이 풍부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지질구조와 지열 분포를 면밀히 살핀 뒤 지열발전소 건설에 나서야 실패할 확률이 적다고 그는 조언했다. 땅 속 상태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미리 관련 데이터를 최대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부 지열발전소의 수명은 시추공의 쇠파이프가 부식돼 파손될 때까지다. 50년 정도다. 쇠파이프가 삭아버리면 갈아 끼울 수 없기 때문에 그 옆에 다시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
“지열 발전소의 핵심은 지하 시추입니다. 지반이 변형되지 않게 시추한 뒤 안정적으로 열을 꺼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상 시설은 이미 성능이 입증된 장비가 많아요.”
그는 슐츠와 란다우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심부 지열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확보했다. 심부 지열발전이 확산되려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나 신기술 개발 차원의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바움괴르트너 대표는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