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중국산 젓갈·일본산 곰장어… 수입산 매장에 들어온 듯

화이트보스 2010. 7. 19. 01:41

중국산 젓갈·일본산 곰장어… 수입산 매장에 들어온 듯

한국일보 | 입력 2010.07.18 17:15 | 수정 2010.07.18 21:47

 




18일 오후 6시께 울산 원예농협이 운영하는 굴화하나로마트(울주군 굴화리). 5월 전국 하나로마트 가운데 최대 규모(연면적 2만7,428㎡ㆍ지하 1층 지상 5층)로 개장한 탓인지 손님들이 꽤 붐볐다. 지상 1층은 식품매장, 2층은 서점ㆍ의류ㆍ잡화매장, 3층은 문화센터 병원 세탁소 미용실 주차장 등이 들어서 화려하고 압도적인 미국의 쇼핑몰을 연상케 했다.

↑ 농협이 운영하는 경기 지역의 한 하나로마트 수산물매장에 18일 필리핀과 사우디아라비아산 새우가 진열돼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하지만 1층 수산물코너에 가 보니 우리 농ㆍ어민을 위한 유통 센터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수입산 천지였다. 노르웨이산 연어, 중국산 새우살, 러시아산 명태알, 일본산 곰장어와 가리비 등이 수산물 가판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초밥코너에도 페루산 오징어와 바닷장어, 칠레산 훈제연어가 초밥 위에 버젓이 놓여 있었다.

젓갈류와 절임류 코너는 아예 중국 시장을 옮겨 온 듯했다. 조개젓 낙지젓 꼴두기젓 등 젓갈류는 물론, 우리네 정겨운 이름이 깃든 고들빼기무침 고춧잎 된장깻잎 간장고추지까지 모조리 중국산이었다.

곡류 채소 과일 등을 파는 농산품코너에는 다행히 우리 농산물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판매대 크기는 1층 식품매장 전체의 5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옆에 있던 한 고객은 "우리 농산품코너는 구색 갖추기용"이라며 혀를 찼다.

전남 목포시 농수산물유통센터에서는 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영광굴비로 유명한 이곳에서 추석 설 등 명절 기간 중국산굴비가 판매되고 있는 것. 바다를 끼고 있는 이 센터에서 판매되는 수산물 식자재 150여개 품목 중 대부분이 중국 베트남 러시아 칠레 등 외국산이다.

특히 이곳은 시내 500여개 음식점과 일부 초중고에도 냉동 외국산 수산물을 공급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 지역 유통업자 김모(46)씨는 "농협 브랜드를 달고 장사하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ㆍ어민과 이를 파는 소상인을 다 죽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산 판매점이 돼 버린 곳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76개 하나로마트가 영업 중인 강원의 경우 춘천시 원주시 강릉시 등 도시를 제외한 소규모 군에서는 사실상 농협이 유통시장을 거의 100%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하나로마트에서 동남아산 과일로 만든 통조림 등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바로 옆 동해안 일대에서 생산된 수산물조차 외면한 채 외국산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 "수산물과 농ㆍ축산물 가공 식품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산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농협은 특히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됐던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산이 주를 이루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점차적으로 농협의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소비자는 "외국산 수산물과 농ㆍ축산물 가공 식품이 소비자에게 꼭 필요하다면 굳이 농협이 취급하지 않아도 다른 유통 업체가 담당할 수 있다"며 "농협은 농민이 주인이니 하나로마트 등도 토착 먹거리 판매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 상인도 "농협이 외국산을 팔아 얻는 이익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농협이 얻을 수 있는 정당한 수익이 아니다"며 "이를 포기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농민과 국민의 외면을 받아 농협의 존립 기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