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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비밀계좌 200개 정밀추적 중

화이트보스 2010. 7. 23. 11:33

美, 北 비밀계좌 200개 정밀추적 중

입력 : 2010.07.23 03:04 / 수정 : 2010.07.23 06:08

"무기·마약·위폐·가짜담배 밀매에 쓰인 中·러시아·동유럽 계좌 있다"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 강화'와 관련, 핵 개발과 마약·위조지폐 등 불법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해외 계좌 200여개를 정밀 추적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미국이 천안함 사건 이전부터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확산, 마약·위조지폐·가짜담배·무기수출 등에 이용됐다는 첩보가 입수된 북한 계좌 200여개를 추적 중"이라며 "여기에는 중국·러시아뿐 아니라 동유럽과 아프리카 금융기관의 계좌도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룩셈부르크·리히텐슈타인 등에 40억달러 이상 은닉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도 미국의 추적 대상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 ARF 참석한 클린턴 "북한의 對미얀마 무기수출 우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3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클린턴은 이날 팜자 끼엠 베트남 외무장관과 만나 북한의 대(對)미얀마 무기 수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AFP 연합뉴스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계좌 추적은 불법 거래로 벌어들인 북한 자금을 러시아 마피아가 '돈세탁'을 해주고 있다는 첩보와 관련 있다. 북한은 김정일 등 지도부의 실명(實名)이나 북한 기관 명의로는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 마피아의 도움을 받아 돈세탁을 하거나 비밀계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작년 8월 초 필립 골드버그(Goldberg) 당시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은 러시아를 방문해 알렉세이 보로다보킨 외무차관에게 북한 돈세탁에 연루된 마피아의 단속을 요구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계좌의 경우,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상아 밀수와 무기 판매 등으로 상당한 외화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소식통은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중남미 등에 무기 신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며 "아프리카·중남미에는 공기부양정·순찰정 등 소형 함정과 레이더 등 공군 장비를 주로 수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 추진 중인 대북 금융제재는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제재와는 방식이 조금 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BDA처럼 미 재무부 관보(官報)에 '돈세탁 우려 은행'이라고 공개해 금융기관 한 곳 전체를 마비시키는 방식보다, 핵 개발이나 불법 거래 등에 직접 연루된 북한 계좌들을 찾아내 해당 계좌를 동결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정밀 폭격) 방식의 금융제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소식통은 "제재 대상으로 삼는 특정 기업체나 개인에게 정확하게 타격을 줄 수 있는지를 따져보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BDA 때처럼 특정 은행 1~2곳을 공개적으로 제재하면 북한이 '정상적인 무역금융까지 막아 주민들이 고통받는다'고 반발할 빌미를 줄 수 있지만, 불법 증거가 명백한 계좌만 끊으면 북한도 할 말이 없게 된다. 클린턴(Clinton)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들이 아닌 "북한 지도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CNN은 이날 "5000명의 북한 엘리트들을 타깃으로 금융 거래를 차단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특별한 생활을 영위해온 그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미국이 BDA 때와 달리 북한이 공개적으로 반발할 여지를 안 주면서 북한 지도부를 고통스럽게 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 은행을 지목하는 대신 북한과 일정 규모 이상 거래하는 은행에 대해 미국과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의 포괄적 제재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럴 경우 은행들은 '돈세탁 우려 대상'에 오르지 않으려고 북한 기업 및 개인과의 거래를 스스로 끊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BDA 이후 기존 해외계좌를 차명(借名)으로 바꾸거나 여러 개로 쪼개는 등의 조치를 했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시스템상 완전히 숨기는 것은 어렵다"(안보부서 당국자)는 분석이다.

미국의 북한 계좌 추적과 관련, 우리 정부도 불법 거래 등에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북한 계좌 10~20여개의 정보를 미국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사업을 하는 일부 기업들과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송금하는 계좌 중 군부나 당 39호실(김정일 통치자금 관리)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일부 계좌 정보를 한·미 정보 공조차원에서 미측에 알려줬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중국이 대규모로 북한을 지원할 경우 미국의 금융제재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2005년 BDA 당시 북한이 "피가 얼어붙는다"고 호소했던 걸 보면 여전히 금융제재는 효과적인 대북제재 방식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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