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씨는 오늘 무척 우울하다. 회사 내에서도 탁월한 일 처리 능력과 날씬한 몸매로 모두의 부러움을 사왔는데 어제 회사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조그만 담석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철인경기에 나갈 수 있을 것 같고 무쇠라도 씹어 먹을 듯한 소화력 등 건강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질 생각이 없다는 자신감을 가져 온 그에게 담석이라는 조그마한 돌 몇 개가 그만 그를 우울하게 한 것이다.
사례 2. 이영희씨 (여자, 55세 주부)
오늘도 그녀는 헬스클럽과 스포츠 댄스장을 다녀와서 샤워를 한 후 거울 앞에 섰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여 허기져 떨리는 몸으로 겨우 운동을 끝내는 등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 거울 속에는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중후하고 풍만한 중년 여인의 생소한 모습만 있었다. ‘시집올 땐 우연히 알게 된 담석 이외는 나도 퀸카였는데 그런데 오늘 운동이 과했었나? 어깨도 결리고….’ 거울을 보고 실망한 그녀는 빈속이어서 그런지 속이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있어 어제 받아온 약을 오렌지주스와 함께 들여 켰다. 내과에서 신경성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이란 이야기와 함께 처방을 받으며 “커피 좀 줄이세요” 하고 타박만 들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철수씨는 아직 수술 등의 적극적인 치료는 필요없지만 이영희씨는, 글쎄 한번쯤 초음파 검사와 함께 수술을 포함한 적극적 치료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담석증은 담낭(쓸개)와 담관, 그리고 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결석에 대한 질환으로 그 중에 담도내 담석이나 간내 담석은 반드시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하고, 무증상의 담석을 그냥 둘 것인가의 논란은 가장 흔한 담석형성의 장소가 되고 있는 담낭내 담석을 두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인들에게 담석증은 충수염 다음으로 많은 복부의 외과적 질환으로 인구의 10%(유병률) 정도가 가지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여 70세 이상의 인구에서는 30%가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나 식습관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인구의 약 5~10%에서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담석 발생이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인 환경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서구화된 식생활 패턴으로 인해 대장암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듯 담석증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낭 내에 저장되었다가 음식을 섭취하면 분비되어 지방의 소화흡수를 도와준다. 담석의 원인은 담즙 구성성분 중 콜레스테롤의 과다, 담즙 배출 지연 및 정체, 그리고 세균이나 기생충에 의한 담즙 오, 감염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증상은 쥐어짜는 듯한 산통, 즉 우리나라에서 흔히 가슴앓이 또는 속앓이라고 표현되는 통증이 식사 직후 15분~1시간 정도 서서히 증가하여 심한 통증이 수시간 지속되었다가 30분~1시간 정도 서서히 소실되어 없어진다. 이는 짧은 반복을 되풀이하는 장염 등의 복통과는 성격이 다르다. 통증의 위치도 명치라고 일컫는 심와부나 우상복부에서 느껴지며 이때 흔히 등에 담이 결린 듯 하다고 하는, 오른쪽 어깨 또는 등쪽으로 뻗치는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메스꺼움과 구토와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 수반될 수 있다.
그런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고 복부질환을 진단하는데 초음파검사법이 널리 사용되면서 무증상 담석의 발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무증상 담석의 대부분은 말 그대로 증상을 나타내지 않으며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러한 무증상의담석에 대해 1982년 그레이시(Gracie)와 랜소호프(Ransohoff)의 연구가 있었는데 이 연구에 의하면 담석 진단후 첫 5년, 10년, 15년에 통증이 발생한 경우는 각각 10%, 15%, 18%이고 첫 5년 내 통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년 2%이며 그 이후부터는 점차 감소하고 단지 2%의 환자에게서 합병증이 발생하였으며 사망은 없었다고 하였다. 이 보고는 현재 무증상 담석을 수술하지 않고 추적 관찰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995년 아티리(Attili) 등의 연구에 의하면 무증상의 담석 환자 중 2년후 통증이 발생할 확률은 11.9%, 4년 후는 16.5%, 10년 후는 25.8%였고 10년 후 합병증이 발생할 누적 확률은 무증상의 경우 3%이었고 연구기간 동안 무증상의 환자 중 1명이 7년 후 담낭암으로 사망하여 지금까지의 생각보다는 양호한 결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를 하였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유병률도 병적 자각 증상으로 인해 검사를 받게 되거나 설문조사 등에 참여 하게 된 사람들에 국한된 수치이므로 실제로는 더 많은 환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담석에 의한 통증이 순간적으로 지나가버려 자신은 무증상으로 착각하고 지나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우리 음식이 매우 자극적이고 생활 속의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환자 스스로 속앓이, 위경련으로 간주하고 심지어 의사조차도 위염으로 여겨 위장관내시경 이상의 적극적인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1982년과 1995년의 두 연구 사이, 즉 1987년부터 1989년 외과에서는 과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고안되었는데 이는 과거 합병증의 경중에 관계없이 개복하여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 이외의 대안이 없던 때와는 달리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복강경 수술은 담석증이 아주 심해진 경우에는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담석이 있다면 미리수술을 염두에 두어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이고도 적극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담석 치료의 결정은 (1) 증상의 유무, (2) 담낭의 기능, (3) 담석의 종류나 크기 및 개수, (4) 담관담석의 공존 여부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초음파 검사법은 환자에게 위험이나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도 신속하며 간편하고 황달이 있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진단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담석증이나 담낭염 등의 담도계 질환 환자에게서 1차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법이다.
담낭에 결석이 있고 증상이 없는 경우 일반적으로는 이 검사로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반복된 통증이나 담낭염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매우 큰 담석이나 담낭 석회화가 있는 경우는 담낭암의 위험요인이 되기 때문에 조기에 수술로 담낭 전체를 제거하는 것이 치료 원칙이다.
요즈음은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널리 사용되는데 수술시간이 짧으며 퇴원이 빠른 장점이 있고 담도 손상 유발 가능성은 0.5% 정도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당뇨병이나 척수 손상이 있는 환자에서는 급성 담낭염과 같은 합병증이 더 심하고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적 담낭절제술을 할 것을 권하는 경우도 있으나, 단순히 합병증의 예방목적으로 예방적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경과 관찰 중 담석과 연관된 증상이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도담석은 대개 담낭에서 흘러내려간 경우가 많으며 담낭담석 환자의 10~15%에서 담도담석이 동반된다. 이들은 증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간헐적이고 불완전한 담도 폐쇄를 유발하며 담도의 감염이 수반되기도 하고 오랜 기간 방치시 간 손상을 주어 담도성 간경변을 초래하기도 하므로 담도담석이 있다면 간내담석과 함께 반드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만 한다. 특히 내시경적 괄약근절제술은 술기의 발달로 담도담석의 일차적 치료로 그 위치를 굳혀가고 있어 고령자나 환자의 전신상태가 나빠 수술을 견뎌내기 어려운 경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담낭 및 담관에 모두 담석이 존재하는 경우 내시경적 괄약근절개술로 담관담석을 제거하고 1~2일 후에 복강경 담낭절제술로 담낭을 제거하는 방법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 방법은 입원기간이 단축되고 총담관 절개에 따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 : 외과 이명수 교수)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