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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마트 워크'는 꿈 아닌 현실형태

화이트보스 2010. 8. 11. 11:27

이제 '스마트 워크'는 꿈 아닌 현실

  • 형태근·방송통신위 상임위원

입력 : 2010.08.10 21:49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집에서 일할 수 있다면?"이란 바람을 가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출·퇴근 교통난을 겪어야 하는 직장, 꽉 짜인 생활의 고정된 일터가 오히려 생산성 정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직장 업무와 육아(育兒)를 병행하기 어려워 '늦게 결혼하고 적게 낳는' 저(低)출산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미래의 성장 동력이 크게 잠식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스마트TV의 확산으로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환경이 조성됐다. 미국은 이미 400만명이 넘는 재택(在宅) 근무자가 있다. 또 2000만명가량이 근로 시간의 일정 부분을 자택 인근의 사무소에서 원격(遠隔) 근무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500인 이상 기업체의 91%가 원격 근무제를 도입했다. 전체 사업체로 따져도 49%나 된다.

영국 BT사는 'BT 근로방식(Workstyle)'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전체 직원의 81%가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근무한다. BT는 아예 이를 상품화해, 영국 국방부·국가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24시간 콜센터 등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꼬박꼬박 직장에 출근해야 일하는 것으로 보는 사회 문화와 법·제도의 미비로 원격 근무가 전체 사업체의 1%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나라 일부 기업과 지자체도 스마트워크(Work)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이동 근무, 자택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는 스마트워크 센터 근무를 말한다. 도시철도공사는 최근 스마트오피스(사무실)를 만들어 시설관리 업무의 효율성을 53% 향상시켰다. 동대문 구청은 지자체 최초로 '출산 여성공무원 재택근무제'를 시범 실시해 육아와 근무를 병행토록 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 보고회에서 2015년까지 스마트워크 근로자를 전체 취업 인구의 30%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언뜻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최고인 IT 인프라의 강점을 살린다면 한국형 스마트워크를 확산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부터 스마트워크를 도입하고 이 흐름이 기업으로 이어지면서 모바일 오피스가 늘어나야 한다. 관련 기술 개발과 국제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일단 한국형 스마트워크 성공사례가 나오면 해외 진출도 꾀할 수 있다. 통신업체는 빨리 기술을 갖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정부는 수요 창출에 나서야 한다.

스마트워크가 확산될 경우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영국 BT사는 스마트워크 도입으로 출산 후 직장 복귀율이 47%에서 99%까지 늘어났다. 고급 은퇴 인력을 다시 일터로 불러들일 수 있고, 장애우들도 쉽게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중소기업의 근무 여건이 나아지고,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산업화 시대의 업무는 규격화되고 획일적이었다. 그 결과 삶은 늘 일에 쫓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 그와 같은 근무 환경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바라는 최상의 '효율과 편익'을 지닌 복지사회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을 시간과 장소에서 해방시키는 스마트워크를 통해 다가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