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재정악화 역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예산을 집중한 결과다. 총 6300억원이 투입되는 한강 르네상스, 1조3000억원이 든 가든파이브, ‘디자인 서울’에 1010억원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만 무려 1조3919억원의 빚이 늘었다. 이런 식의 재정 투입은 지방에서 더욱 심하다. 평균 재정자립도가 53%에 불과한 지자체들이 빚잔치부터 벌인다. 뒷감당은 정부와 국민 몫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호화청사를 건립한 결과 성남시는 ‘모라토리엄’을 운운하고, 대전시 동구와 부산시 남구는 지방채를 발행해 월급을 주는 형편이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지역 축제도 937개나 열었다. 모두가 단체장들이 자화자찬 치적(治績) 자랑, 은근슬쩍 표(票) 몰이에 예산을 주머닛돈처럼 쓴 것이다.
결과는 산더미 같은 부채(負債)다. 지자체가 발행한 지방채 잔액이 25조원이 넘었다. 387개 지방 공기업의 누적부채도 50조원에 이른다. 강원도 고성의 140억원짜리 DMZ박물관 다목적센터가 지난해 단 한 차례만 대관돼 25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이 지방 재정적자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면 단체장의 무능(無能)이요, 무작정 밀어붙였다면 도덕적 해이(解弛)다.
21조원 예산의 서울시가 재정건전화에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상황이라는 얘기다. 서울시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제 막 시작한 민선 5기 단체장들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