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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르는 데 목매는 풍토는 끝나야

화이트보스 2010. 8. 24. 10:15

집값 오르는 데 목매는 풍토는 끝나야

입력 : 2010.08.23 22:11

미국에선 현재 집을 사면서 빌린 모기지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는 가구가 800만 가구에 이른다. 이 중 600만 가구는 앞으로 2년 이내에 집을 압류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주택 압류로 인해 미국의 주택보유율은 2006년 69%에서 지난 2분기 66.9%로 떨어졌다. 2012년 초에는 그 비율이 62%까지 떨어져 1960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 역대 정부는 각종 금융·세제 지원을 통해 주택보유율을 높이는 정책을 펴왔다. 전임 부시 행정부는 '소유권 사회(ownership society)'를 국정 어젠다로 표방하기도 했다. 저소득층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게 사회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렇게 소유에만 초점을 맞춘 주택정책의 후유증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낳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미국에선 주택구매 장려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인들의 주거문화도 바뀌고 있다. 일터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 단독주택 대신 도심 임대주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무리를 해서 굳이 내 집을 장만하기보다는 직장 출퇴근과 자녀 학교 통학, 쇼핑을 비롯한 생활환경이 편리한 곳에서 집을 빌려 사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도시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심에서 교외로의 이주 흐름이 역전되고, 주택 소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이를 '대재시동(Great Reset)'이라고 했다.

일본에선 2005년 이후 새로 공급된 맨션 중 임대비중이 50%를 넘는다. 특히 25~45세 청장년층의 주택보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일터에서 가까운 도심재개발과 소형임대주택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부동산 거품붕괴 이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2005년부터 일본 전체 인구가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인구구조가 바뀌고 있는 데 따른 변화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내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셋방살이의 설움과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하며 아파트에 모든 걸 거는 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풍토다.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을 빼고 나면 노후생활을 위한 자금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변화가 국내에도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2018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주택 구입 주요 연령층인 35~54세 인구는 그보다 더 빨리 2011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1~2인 소형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 가구당 필요 면적은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에 대한 수요기반과 선호가 크게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주택시장 침체를 그 전조(前兆)로 보는 것은 아직 성급한 해석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 아파트 분양 위주의 정부 주택정책도 이제는 재검토할 때가 됐다.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단기 처방도 중요하지만 인구구조와 주택시장의 변화를 염두에 둔 새로운 중장기 정책이 나와야 한다. '내 집'이 없어도 사는 데 아무 불편이 없는 주거환경과 주거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