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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노년층 피부 노화 때문

화이트보스 2010. 8. 25. 16:53

멍… 노년층 피부 노화 때문

경기도 분당에 사는 최모(65)씨는 어디 부딪히고 넘어지거나 남과 싸운 적도 없는데 공연히 팔다리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한다. 혈액이나 혈관 이상이 아닐까 걱정해 정밀 검사까지 받아봤지만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씨처럼 뚜렷한 원인 없이 멍이 들거나 어디에 살짝만 스쳐도 멍이 크게 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문의들은 아무 원인 없이 멍이 들지는 않으며, 외부 충격으로 생긴 멍이 아니면 다른 질병 가능성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 을지대병원 제공
◆타박상 아닌 멍은 피부노화 때문일 수도

멍은 혈관 안에 있어야 하는 적혈구가 혈관 밖으로 빠져 나와 피부 아래쪽에 뭉쳐 있는 상태다. 혈관 자체가 터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붉은 반점이 형성되며 적혈구가 피부 조직 내에서 파괴되는데 파란색→보라색→갈색으로 변하면서 점점 사라진다.외부의 충격이 없거나 아주 약한데도 멍이 든다면 피부 노화, 간기능 저하, 혈소판 감소 등이 원인일 수 있다. 구대원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문을 여닫다가 살짝 부딪히는 정도의 사소한 자극에 멍이 든다면 대부분 피부조직 안에서 혈관을 지지하는 조직의 노화 때문"이라며 "노년층의 피부 조직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같은 강도의 충격을 받아도 출혈이 더 심해 멍이 크게 든다"고 말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멍이 잘 드는데 여성의 피부가 얇기도 하지만, 가임기 여성은 10명 중 1명 정도가 가벼운 혈소판감소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의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범준 중앙대용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유아나 어린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멍이 잘 들거나 심하게 들면서 코피를 잘 흘리면 유전질환이나 혈액응고장애 질환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경변이나 심뇌혈관 질환도 원인

노년층이 아닌데도 멍이 잘 드는 사람은 질병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우선, 간기능이 심하게 저하됐거나 뇌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멍이 잘 든다. 간경변 등 간이 많이 손상된 사람은 간에서 혈액 응고 인자가 만들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사소한 충격에도 흔히 피부에 넓게 멍이 생기며, 잇몸 출혈을 동반한다. 그러나 급성간염 등으로 일시적으로 간 기능이 저하된 경우는 이런 멍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스피린, 와파린 등 항응고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협심증이나 뇌졸중 환자들도 다른 사람보다 멍이 잘 든다. 항응고제가 피를 묽게 해 적혈구가 혈관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임도선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 아스피린은 혈소판의 기능을 떨어뜨려 멍이 잘 들게 하고, 자가면역 질환 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를 장기복용할 때에도 피부가 약해지고 미세 혈관이 많이 생겨 멍이 쉽게 생긴다"고 충고했다.

◆생감자 갈아서 붙이면 멍 푸는데 도움돼

멍이 든 직후에는 냉찜질을 해야 혈관을 수축시켜 적혈구가 계속 빠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온찜질을 하면 오히려 멍이 더 든다. 반면 멍이 든 지 며칠 지난 뒤에는 온찜질을 해서 혈액 순환을 자극해야 멍이 빨리 풀린다. 멍이 잘 드는 사람에게는 혈

액 응고 인자에 쓰이는 비타민K와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비타민C가 풍부한 된장 등 콩 발효 음식이 좋다. 또 생감자를 갈아 환부에 붙이면 감자의 솔라닌 성분이 멍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


/ 김태열 헬스조선 기자 kt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