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없어져 시원하다" 이승만과 리영희
망국과 건국의 달 8월이 가고 9월이다. 국치(國恥)와 국경(國慶)의 100년 세월이 새 세기를 여는 날, 이상한 기사를 읽고나서 또 100년이 아득해진다.
“경술 국치 이전의 을사보호조약 시기, 그러니까 지금의 우리나라는 1905년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했던, 사실상 국가를 상실한 상황과 흡사하다. 일본이 개혁이니 어쩌니 하면서 우리를 보호해준다는 형태로 실제로 조선을 지배했고 국권을 상실했던 시기다. 지금은 그 지배 주체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리영희 선생은 특히 현 정부의 한미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 등 외교정책에 대해 "뭐가 있어? 감히 미국에 대해 무엇을 말해?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노예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오마이뉴스, 9.1 보도)
이것은 한국 좌파 운동권의 스승인 리영희씨가 한 말들이다. 평생을 反대한민국 좌파세력 양성에 매진한 81세 좌파 선동가다운 독설이 어이없고 섬뜩하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도그마 중독의 말기증세를 보는 것 같아 왜곡된 한국 지성계의 황폐한 수구 집착병이 서글프기만 하다.
위의 리영희씨 말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대한민국 건국 전후의 남북한 분단 초기, 그러니까 지금의 우리나라는 1948년 내내 남북한의 공산세력이 테러 양민학살 폭동을 일으키던 상황과 흡사하다. 소비에트 북한이 단정반대니 어쩌니 하면서 민족통일정부를 세우자는 구실로 대한민국을 6.25남침 제물로 몰고 가던 시기다. 그때는 미군이 철수한 뒤였지만 지금은 미국이 동맹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바뀌지 않은 것은 남한내 좌익세력의 반정부 투쟁, 선동가들의 허위 선전 심리전 양상이다. 그것은 인터넷등 사이버 세상에서 더욱 전면적 조직적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대중장악력에 있어서 해방이후 최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정작 경술국치 상황과 흡사한 것은 북한 김정일의 쇄국정권이다. 황태자 책봉을 승인받으려고 중국에 매달린 현대판 청나라 노예 정권 아닌가.
“오랜만에 귀국해 보니 ‘시원한 것’이 세 가지입니다. 첫 째는 임금이 없어진 것이요, 둘째는 양반이 없어진 것이요, 셋째는 상투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말이다. 1910년 8월29일 한일강제병합이 발표된 한달 뒤에 귀국한 이승만이 YMCA학감(교장)으로 첫 강연을 하는 자리에서 던진 이 폭탄 발언, 나라가 망했는데 시원하다니....수많은 좌절과 절망 끝에 망국을 맞고야 말았던 당시 개혁파들의 피를 토하는 통곡에 다름 아니다.
이승만은 20세때 청일전쟁, 민비살해, 아관파천, 러일전쟁을 겪으면서 온몸을 던져 개혁운동에 나섰다가 사형수로 감옥생활 6년, 을사보호조약의 압박 속에 다급해진 고종황제가 이승만을 루즈벨트에게 밀사로 보냈지만 미국은 이미 일본 편이었다. “썩어 문드러진 왕국에서 희망은 백성을 교육시켜 공화국을 만드는 길뿐”이라며 옥중에서 ‘독립정신’을 저술한 이승만이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경술국치 한달 전인 7월, 조국에 돌아와 “시원하다”고 외친 것이 이승만 혼자 뿐일 것인가.
무능하고 부패한 왕과 양반계급이 나라를 움켜쥐고 개혁은 커녕 매관매직 이권운동에 빠져 ‘돈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준비된 침략자 일본은 대한제국 전체를 싼값에 매수해 버리고 말았다. 매국 앞잡이 송병준이 일본정부에 제시한 ‘매수 예산’은 1억엔, 실제로 한국 황실과 병합유공자들, 양반들, 실무진들, 부수비용으로 소요된 총액은 3천만엔, 그 푼돈을 받고서야 왕과 양반들은 사라져갔다.
고종황제가 상하이 독일계 은행에 ‘내탕금’ 수백억원을 예치해두고 ‘망명정부’를 대비했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며칠전 보도되었다. ‘망명정부’인가? ‘망명왕실’인가?
“전하, 국토와 백성을 버리시면 아니 되옵니다.” 임진왜란때 의주로 피난 간 선조가 명나라로 도망치려하자 신하들이 눈물로 곤룡포를 붙잡아 앉혔다.
해가 떠오르는 벌건 아침에 왕비가 일본정부 손에 살해당한 뒤, 독살이 무서워 삶은 계란만 먹었다는 고종은 궁을 버리고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했다. 피신인가? 망명인가?
러시아의 인질이 된 국왕은 남의 땅에 숨어서 자기 나라 땅을 쪼개줌으로 ‘내탕금’을 챙겼다.
압록강 용암포의 이름이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항’으로 바뀐 댓가는 얼마였을까.
국가의식, 국가이념이 결핍된 국가 지도자들의 ‘내탕금’ 역사는 참으로 끈질기다.
전두환 내탕금, 노태우 내탕금, 김영삼 내탕금, 김대중 내탕금, 노무현 내탕금까지 백년 천년의 부패사를 언제나 청산할 것인가. 김태호의 내탕금이 국회 청문회서 정산된 것으로 끝날 것인가. 김태호를 희생양 삼은 국회의원들의 내탕금은 누가 정리해줄 것인가. 80억원 먹은 강성종 체포동의안을 놓고 고민하는 의원들의 내탕금은 얼마나 되길래 고민하는 것일까.
내탕금 중에도 최대 규모는 아마도 김정일 내탕금일 것이다.
내탕금으로 운영되는 21세기 은둔왕국 북한 김씨왕조가 조선 이씨왕조처럼 사라지는 날, 북한 동포들은 일제 해방보다 "더 시원하다”고 만세를 부를 것이다. 그들에게 시원한 것은 세 가지가 아니라 3000가지도 넘을 것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나라를 일본에 넘기려 푼돈에 걸신 들렸던 친일파와 꼭 같이, 나라를 북한 김씨왕조에 넘기려 동분서주하는 친북파들이 사라지는 날, 한국국민도 “시원하다”며 고질병 완치의 해방감을 맛볼 것이다.
뇌출혈과 간경화로 고생하는 리영희씨의 건강을 빌고 싶다.
*蛇足: 리영희씨의 대담은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리영희 평전’ 최종분이며 연내 단행본으로 출간된다고 한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 대한민국 보수 정통파들이 진작부터 좌파들에게서 배워야 할 기록투쟁, 진지점령 전략이다. <인보길 / 뉴데일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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