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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어떻게 성공시킬까

화이트보스 2010. 9. 3. 14:37

'통일시대' 어떻게 성공시킬까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입력 : 2010.09.02 23:30 / 수정 : 2010.09.03 01:36

한반도에 '통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북한 체제와 리더십 위기가 그 직접적 계기가 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냉전 종식으로 인한 동북아 신(新)국제질서 형성이 그 배경에 있다. 도도한 세계 역사의 큰 흐름이다. 이 역사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우리 민족은 반(半)영구적 신분단의 시대를 맞게 되고, 국제적으론 동북아 신질서가 평화 번영이 아니라 대립 갈등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요컨대 한반도에는 '신분단의 시대'가, 동북아에는 '신냉전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탈냉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새로운 역사 창조에 앞장선다면, 한민족에게는 '통일의 시대'가, 동북아에는 평화와 번영의 '신동북아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한반도 통일은 남북통합을 넘어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 연해주까지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에 획기적 경제번영과 다자간 평화안보의 시대를 열 것이다. 21세기 세계를 가장 역동적으로 끌고 갈 '신동북아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한반도의 '통일'이냐 '신냉전'이냐의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여기서 반드시 통일시대를 열어야 하고 통일시대의 성공을 위해선 우리 모두가 뜨거운 '통일정신'과 올바른 '통일사상'을 가져야 한다.

우선 국민의 뜨거운 통일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899년 '독립정신' 없이 독립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외쳤다. 마찬가지로 애국애족의 '통일정신' 없이 통일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통일을 원하는 마음도, 하겠다는 의지도 점점 약화되고 있다. 1997년 여론조사에서는 통일을 희망한다는 의견이 93%였는데 2010년 현재 60%로 떨어졌다. 이제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25%대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미래세대인 청소년층일수록 더 소극적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는 나만 잘살면, 우리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동체 의식의 붕괴이다. 급속한 산업화가 물질주의와 황금만능을 가져 왔고 급격한 민주화가 가족·민족 등 전통 가치와 공동체의 약화를 가져 왔다. 이웃과 동포를 버리고 나만 그리고 우리만 결코 잘살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은 정치 지도자들과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통일은 민족도약의 기회이고, 통일 회피는 신분단과 신냉전을 가져와 민족의 불행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아니했다. 통일비용보다 통일이익과 가치가 수천 배 더 크고, 통일비용보다 분단비용이 수백 배 더 크다는 사실을, 그리고 통일비용은 소비가 아니라 민족 미래를 위한 빛나는 투자라는 사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아니했다.

통일성공을 위해선 반드시 올바른 '통일사상'이 있어야 한다. 남북의 국가체제를 어떠한 방향으로 개조하고 통합하여 갈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이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한반도에 맞는 올바른 통일사상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공동체 자유주의'이다. 공동체적 가치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이다. 공동체와 자유주의의 융합(融合)이 필요하다. 우선 북한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국제평화주의 등 자유주의적 체제개혁을 해야 한다. 동시에 남한에는 공동체적 가치와 연대 복원을 위한 의식개혁 운동이 있어야 한다.

현재 남한의 물질만능주의, 퇴폐적 소비문화를 그대로 북한에 확산시켜선 안 된다. 남한의 포퓰리즘 정치, 집단 및 지역 이기주의, 기초질서와 공중도덕의 붕괴, 탈북동포와 조선족 동포, 외국근로자들에 대한 차별과 무관심을 이대로 북한에 가지고 가서는 성공적 통일은 할 수 없다. '수령 절대주의'의 혁파 없는 통일이 있을 수 없듯이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통일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한반도 통일은 반드시 거대한 '국가의 재창조' '국민의 재탄생'과 함께해야 한다. 모두가 새롭게 태어나, 신민(新民), 즉 '신국민'이 되어야 한다. 1910년 신채호 선생이 독립을 위해 자유평등의 '20세기 신국민'이 나와야 한다고 외쳤다. 이제 우리는 통일을 위해 공동체 사랑의 '21세기 신국민'이 나와야 한다고 외쳐야 한다. 지난 50년의 산업화·민주화 과정 속에서 사라진 공동체 가치와 연대를 대대적으로 재구축해야, 우리는 새로운 통일의 시대를 열 수 있고 21세기 동북아에 우뚝 서는 가장 선진적 세계국가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