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오직 검사만이 기소나 불기소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툭하면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을 불러왔다. 야당 정치인은 명백한 증거가 없어도 기소하고 정부·여당 쪽 실세 정치인이나 재벌 기업인은 혐의가 뚜렷한데도 증거 부족을 내세워 불기소한다는 비판이었다. 비슷한 사건을 놓고 검사가 어떤 사람은 기소하고 어떤 사람은 불기소해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미국은 20여명의 배심원들이 주요 범죄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일본은 검사가 불기소했을 때 고소·고발인이 요청하면 일반인 11명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불기소가 타당한지를 심사한다.
검찰시민위원회가 운영되면 국가 형벌권 행사에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반영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나 악용을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검사가 검찰시민위원회 결정에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 위원회가 자칫 검찰의 결정을 합리화해 주는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도 있다.
이 제도가 제 역할을 하려면 검사가 검찰에게 유리한 증거뿐 아니라 불리한 증거도 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준(準) 강제 조항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피의자를 기소하려 할 경우 그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뿐 아니라 그의 무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나 논리도 함께 제시해 시민위원들에게 균형잡힌 판단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검사가 시민위원회 결정을 얼마나 수용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도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시민위원회가 지역 유지들의 또 다른 친목 모임이 되지 않도록 위원들을 다양하게 선정하고, 위원들이 로비 대상이 되지 않도록 미국의 배심원 재판에서 배심원을 선정·관리하는 방식의 철저한 사후 관리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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