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과학원, 김제서 국제심포지엄
국내에서도 통닭 아닌 대형닭, 일명 '왕닭'의 가슴살·날개·다리 등 부분육의 수요가 늘고 있다. 구미와 러시아·일본·중국·홍콩 등 주변 지역 소비자들은 부분육을 선호하지만 한국에선 삼계탕 말고는 수출하지 못한다.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이 1.5㎏ 안팎의 소형닭에서 2.7㎏ 안팎의 대형닭으로 육계산업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작년 전북 김제의 육계농장에서 대형닭 집단사육에 성공하면서 20% 이상 높인 생산성을 바탕으로 대형닭 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 15일 김제시청에서 '닭고기 수출 규격화 방안'을 놓고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시범 농장으로 안내한다.
- ▲ 무게 3㎏ 안팎의 대형닭은 40일쯤을 길러 생산성을 20% 이상 높일 수 있다. 도계한 대형 닭 및 부분육(왼쪽)이 절반 무게인 기존 육계와 대비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제공
심포지엄에선 정부가 대형닭 사육을 중심으로 육계산업 발전시책을 제시하면서 그 사육 기술을 집중 조망한다. 축산과학원은 소형닭(33일)에서 7~10일쯤 닭을 더 길러 왕닭을 공급하는 제반 기술을 정립했다.
축산과학원은 우선 병아리 때부터 암수를 분리, 수컷만 일주일쯤 더 기르라고 권유한다. 완전히 개방되거나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계사(鷄舍)에서 왕닭을 기르되 ㎡당 사육 밀도가 체중을 기준으로 30㎏을 초과해선 안 된다.
닭을 크게 기르려면 초기 성장을 억제, 후기에 '보상성장' 효과를 거두도록 사육 단계에 따라 하루 최대 23시간까지 계사 내 불을 밝혀야 한다. 사료와 그 급여 시간도 사육 단계별로 달리하면서 소독도 치밀해야 한다.
닭은 사육~출하~도계(屠鷄) 과정에서 10~20%에 상처나 멍이 생겨, 매년 3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준다. 심포지엄에선 상처 예방 기술도 일러준다. 농식품부 담당 과장, 축산과학원 연구관, 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미국·영국·일본의 육계 전문가들이 나와 국내외 육계 산업 동향과 신기술들을 소개한다.
닭고기는 영양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해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0㎏을 넘었지만 아직 일본(15㎏), 대만(29.5㎏), 미국(46㎏)에는 못미친다. 부분육 대량생산은 국내 닭고기 소비를 늘리면서 수입을 대체한다. 국내 부분육 유통비율은 25%로 높아져 연간 수입물량이 6만t에 이른다.
축산과학원 서옥석 가금과장은 "닭고기 신선육 가격은 냉동육의 2.5배여서 대형 육계 대량생산은 닭고기 최대 수입국인 러시아·일본에서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미국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심포지엄엔 전국 육계농가 및 육계 계열화 업체 종사자 300여명이 초대된다. 이들은 심포지엄 후 국내 최대의 육계 업체인 ㈜하림 계열사로서 대형 육계 집단사육에 성공한 김제 건지농장(대표 곽춘욱)을 찾는다. 이 농장에선 작년부터 3㎏ 안팎으로 육계를 길러내며 생산성을 29%나 높였다. 대형닭 사육에 주저하는 농가들은 현장 방문을 통해 적극적인 사육 의지를 갖게 될 것으로 축산과학원은 기대한다.
대형닭 사육기술을 농가들에 소개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그 사육기반 확대에 힘을 모으도록 촉구하려는 게 이 심포지엄의 취지다. 하림은 대형 육계 사육기반 확대와 가공·유통 리모델링에 나섰고, 마니커·체리부로 등 업체도 곧 대형닭 생산·가공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