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활동하는 각국 외교관들이 요즘도 혀를 내두르는 사건이 있다. 일요일이던 지난 12일 새벽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이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한 일 때문이다. 7일 동중국해상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의 충돌 사건에 대한 노골적 항의를 위해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일본대사를 불러들였다. 앞서 이미 세 차례 불려갔던 니와 대사는 훈계성 일장 연설을 듣고서야 이날 새벽에 풀려 나왔다고 한다. 전례가 없는 새벽 호출에 대해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나돌지만 중국은 국익을 위해 그 정도는 진작에 감수했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국이 험악한 표정으로 일본을 때리고 있다. 고위급 대화도 거부했다. 일본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희토류(稀土類) 수출을 조이고, 중국인의 일본 관광 외면 카드도 뽑아 들었다. 일본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중국의 계산이다.
전례 없이 강경한 중국의 이런 행태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한 국제 문제 전문가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최근 미국에 일격을 당한 중국이 상대적으로 만만한 일본을 상대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해온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의 이슈화에 성공해 중국으로선 본전 이상의 꽃놀이패라는 시각도 있다.
베테랑급 한국 외교관은 “중국의 외교 행태에 상당한 변화가 엿보인다”고 의미를 해석했다. 중국의 일본 때리기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중국 외교의 흐름 변화로 파악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에 따르면 과거에 중국은 민감한 문제일수록 조용히 처리하는 방식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핏기 없던 중국 외교관의 얼굴이 사안에 따라 붉으락푸르락하고 있다는 말이다.
중국의 외교 행태에 변화가 있다면 그 숨은 동력은 무엇일까. ‘몸집만 큰 허약 체질’의 중국이 30여 년간의 개혁·개방으로 ‘크면서 강한 나라’로 변신한 사실이 무엇보다 큰 힘이다. 외부 세계의 변화를 시시각각으로 접하고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중국 사회의 질적 변화도 간과할 수 없다. 한 중국 외교관은 “과거엔 상명하달(上命下達)이 통했지만 이제는 여론이 정부 정책에 무시 못할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웃한 두 강대국의 싸움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동중국해에서 벌어진 싸움이 풍향만 바뀌면 태풍을 몰고 서해를 강타할 수도 있다. 이어도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중·일 갈등이 바다 건너 불구경이 아닌 이유다. 당당하게 지킬 국익이라면 무슨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켜내겠다는 다부진 각오가 먼저다. 부당한 압력과 위협에 굴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가 아파할 비장의 카드를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 병법의 기초다. 때가 닥쳐서 허둥대지 말고 미리 ‘컨틴전시 플랜(단계별 대응책)’을 준비하라고 한국 외교관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장 세 정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일본 때리기’를 보면서 [중앙일보]
2010.09.24 21:16 입력 / 2010.09.24 22: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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