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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리더십] 김상협 "기후변화는 위기 아닌 기회"

화이트보스 2010. 10. 5. 15:53

기후변화 리더십] 김상협 "기후변화는 위기 아닌 기회"

이재원 기자 tru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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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후변화리더십과정 강연에서 "기후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재단 제공
“방송국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프로그램을 ‘오픈 엔드(open end)’라고 부릅니다. 녹색성장이 딱 이런 개념이죠. 미래 대한민국이 성장을 이어가려면 오픈 엔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녹색성장에 매달려야 합니다.”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후변화리더십과정 강연에서 “기후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기후변화리더십과정은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이사장 이장무)가 국내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전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기후변화 학습 프로그램. 현재 5기 과정이 진행중이며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이 이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김 비서관은 이 날 ‘녹색성장의 길, 성과와 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먼저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집권하면서 지난 6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60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녹색성장’을 화두로 꺼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와중에도 녹색성장이라는 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었다”고 소개했다.

김 비서관은 이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경우 엄청난 규모의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미미하지만 녹색산업은 평균적으로 매년 10%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50조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녹색’과 ‘성장’은 함께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인식됐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개념이 바뀌었다는 것.

김 비서관은 또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녹색 분야에서 새로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녹색성장 정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년간은 녹색성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고, 실제 효과는 지금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김 비서관은 “녹색성장 정책의 제대로된 성과는 다음 정권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 같다”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녹색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이어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이는 UN 권고치 중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GDP의 2%까지 녹색 성장을 위해 투자해 3.5~4%를 벌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비서관은 “전 세계 녹색성장을 한국이 주도하기 위해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6월 출범한 GGGI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비서관은 “GGGI를 국내 기관이 아닌 국제기구로 육성할 계획”이라면서 “기후변화 대응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기술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1문 1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김 비서관의 강연 내용.

-녹색성장 정책은 어떻게 나왔나.
“이명박정부 집권 첫해인 2008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년이 되는 해였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인 셈이다. 지난 60년을 돌아보며 새로운 60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60년간 대한민국은 ‘압축성장’으로 대변되는 눈부신 발전을 했다. 산업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수차례 이뤄졌을 정도로 민주적 성취도 높았다. 하지만 ‘앞으로 60년간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찾아야 했다. 그 결과물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왜 녹색성장인가.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74℃ 올랐다. 이는 2100년에는 6.4℃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 2006년 스턴보고서는 이같은 기후변화에 준비하지 않을 경우 입을 수 있는 경제손실이 매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20%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것에 비춰볼 때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지금껏 했던 모든 도전을 다 합한 것 보다 더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녹색성장 개념이다. 특히 전세계가 고용없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도 녹색성장을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다.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있나.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74℃ 올랐는데 한국의 6대도시는 두배가 넘는 1.5℃가 올랐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전 만난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는 ‘과거 한국을 사랑한 이유 중 하나였던 뚜렷한 4계절이 이젠 없어진 것 같아 아쉽다. 이제 한국에는 여름과 겨울만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를 방치할 경우 2100년까지 최대 800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에너지 민감성과 취약성이 최악인 나라다. 에너지 수입량이 자동차, 반도체를 판 것 다 합친 것 보다 많다. 때문에 녹색성장으로의 변화는 우리에게 아주 절실한 문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녹색성장을 당장은 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로 도외시했다.”

-녹색성장은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과거에는 ‘녹색’과 ‘성장’을 충돌하는 개념으로 봤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젠 개념이 바뀌었다. 경제와 환경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환경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방송국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프로그램을 ‘오픈 엔드(open end)’라고 부른다. 녹색성장이 딱 이런 개념이다. 미래 대한민국이 성장을 이어가려면 오픈 엔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녹색성장에 매달려야 한다.”

-녹색성장 추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리더십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가 녹색성장이라는 목표를 세우자 마자 리먼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당시 만난 미국 정부 당국자는 ‘언론에서는 2차대전 이후 최대 위기라고 말하지만 내가 볼 때는 200년만의 최대 위기’ 라면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유보되거나 사라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위기 상황에서도 녹색성장 투자를 줄이지 않고 흔들림없이 추진했다. 지난해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이런 노력에 미국과 중국이 매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두번째로 필요한 것은 기술이다. 녹색과 성장이 함께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기술이다. 그동안 각 분야에서 기술개발은 상당히 진행됐다. 이제 산업화를 이루면 영원히 함께할 수 없을 줄로만 알았던 녹색과 성장의 공존이 가능해진다. 우리 정부가 GDP의 2%를 녹색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파트너십이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해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통과시켜줬다. 일단 정치권의 공감대는 형성된 셈이다. 산업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도움도 필요하다. 녹색성장 분야에서 만큼은 이런 파트너십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녹색성장의 경제적 가치는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국가는 엄청난 규모의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 지금은 미미하지만 녹색산업은 연평균 10%씩 소리없이 성장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2050년 녹색산업 시장 규모를 50조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녹색산업에서는 우리나라도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IT 혁명에서는 삼성이나 LG 같은 기존 기업이 잘했지만 녹색 혁명에서는 다를 것이다.”

-그간의 성과를 꼽는다면
“성과라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녹색성장을 인지하고 있다. 관련 보도가 6만 2000여건 나왔는데 4대강 보도의 1만 9000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또 녹색성장위원회라는 범정부 조직도 탄생했다. 여기에 산업과 과학기술, 금융 등을 아우르는 민간협의체도 구성됐다. 이를 통해 정부는 기후변화 적응 및 에너지 자립, 신성장동력 창출, 삶의질 개선과 국가위상 강화라는 3대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아주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계획이다. 목표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배출전망치보다 30% 줄인다는 것이다. 이는 UN 권고치 중 최고 수준이다.”

-어떤 투자가 진행중인가.
“국가 전체적으로 매년 GDP의 2% 수준을 녹색 분야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돈을 쓰기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2%를 쓰면 3.5~4% 벌도록 한다는 얘기다. 주요 기업을 예로 들면 삼성은 2020년까지 녹색기술에 23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가장 뜻깊은 곳은 포스코인데 포스코는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회사다. 하지만 포스코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녹색산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오바마 대통령도 관심을 보였던 2차전지, 그리고 현대차가 세계 2번째로 개발한 양산형 전기차를 들 수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수송의 핵심을 도로에서 철도로 바꾼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철도를 통해 2시간 내에 전국을 연결하는 KTX 고속철도망을 구축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에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수요의 11%를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 이 분야 매출과 고용이 급속히 늘고 있다. 정책수단으로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활용할 것이다. 이 제도는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의 공급가격이 기준가보다 낮을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하는 제도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활용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전기로 합리화(가격인상)가 일어날 수도 있다.”

-원자력에 대한 견해는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우리는 해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원자력은 녹색성장을 추진하는데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다. 물론 원자력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등이 충분히 발전될때 까지는 원자력이 유효한 대안이라는 의미이다. 원자로 10기를 수출하면 GDP가 3% 성장한다. 전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약 300기의 원전이 신규 건설될 예정인 만큼 수출산업화에 주력해야 한다. 이런 산업적 성장이 뒤따르면 녹색성장은 돈을 까먹는 분야가 아닌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분야가 될 것이다.”

-앞으로 추진될 녹색성장 정책은
“지난 6월 제2차 동아시아 기후포럼을 개최하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설립했다. 이사장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맡았고 이사회 구성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다. 이 기구를 단순히 한국의 기관이 아닌 국제기구로 만들어 국제사회의 자산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이외에 기후변화 적응 대책도 마련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4대강 사업의 본질도 기후변화 적응이다. 수자원과 기상, 건강관리, 식량안보 등 7가지 분야에서 적응대책을 추진하겠다. 한국은 환경스트레스에 어느나라보다도 취약한 상황이지만 적응 능력은 최고 수준이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은 이제 시작인 분야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