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서해 일대에서 나타난 GPS(위성위치확인) 장애 현상의 일부는 북한이 개성 등지에서 실시한 교란 작전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GPS 교란 장비를 수입하다가 몇 년 전 독자 개발 장비를 만들어 중동지역에 수출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 군의 일부 미사일이나 폭탄 등 상당수 무기가 GPS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일반 사회에서도 GPS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북한의 GPS 교란 능력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위협을 낳을지 알 수 없다. 당장 공항 시스템이 괜찮은지 걱정이 든다.
북한의 이런 위협을 보면 정말 북한 체제는 말 그대로 '자나깨나' 남한을 파괴하고 괴롭힐 궁리만 하고, 모든 국력을 여기에 쏟아붓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컴퓨터 해킹으로 우리 주요 기관 홈페이지를 공격하더니, 얼마 안 있어 천안함을 격침시키고, 다시 개성에서 GPS 교란 장비를 실험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경제난으로 전차·전투기·함정 등 재래식 전력(戰力)을 대규모로 증강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 대신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효율적인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비대칭 전력은 북한이 우리보다 큰 우위에 있는 분야를 일컫는 말이다. 핵·생화학무기·미사일 등 이른바 대량살상무기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값비싼 세계 최고 성능의 첨단무기들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GPS 교란 장비처럼 값싸면서도 한·미 양국 군의 급소나 허점을 찾아 공격하는 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3월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의 소형 연어급 잠수정 등도 북한의 대표적 비대칭 전력에 속한다. 북한의 소형 잠수함이나 잠수정은 우리 잠수함보다 작고 구형이지만 은밀히 침투해 특수부대를 상륙시키거나 기습 어뢰공격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지난해 국내 주요 사이트를 마비시킨 '디도스 공격'도 북한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은 600명 이상의 해커 부대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330여대를 보유 중인 AN-2도 비록 1940년대 말 개발된 골동품 같은 비행기지만 특수부대를 은밀히 침투시키는 데 효과적이어서 한·미 양국은 대응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북한 특수부대도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 매우 위협적인 대표적 비대칭 '무기'다.
지난달 언론에 공개된 북한의 위장·기만 전술을 다룬 전자전(電子戰) 교범도 북한이 얼마나 실제 전쟁에 대비해 치밀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이 책자는 코소보전을 예로 들면서 '유고슬라비아군이 노출된 진지에 나무나 합판, 천 등으로 만든 가짜 고사포와 대공미사일, 항공기, 전차 등을 배치하고, 실제 무기들은 철저하게 은폐해 숨긴 결과 나토군은 기갑 목표물의 40%를 파괴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전차 300대 중 13대만 파괴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치밀함과 집요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우리 사회가 이를 따라갈 수도 없고 따라가서도 안 된다. 그러나 군(軍)만은 북을 능가할 정도로 치밀해야 하고 집요해야 한다. 그래야 전쟁을 막는다.
이번엔 GPS 교란, 끝이 없다
입력 : 2010.10.1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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