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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떠나고 평야는 숲으로 변하고..>

화이트보스 2010. 10. 21. 14:46

사람은 떠나고 평야는 숲으로 변하고..>

숲으로 변해버린 농지
(나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전남 나주시 동강면에서 35년째 쌀농사를 짓고 있는 안영일(60)씨가 숲으로 변해버린 농지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2010.10.21 cbebop@yna.co.kr

호남 최대 곡창지대 나주평야 곳곳 버려져

(나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이곳이 논이였다는 게 믿겨집니까.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아 숲으로 변했어요"
호남 최대의 곡창 지대인 나주평야, 그 일부인 전남 나주시 동강면에서 35년째 쌀농사를 짓고 있는 안영일(60)씨는 나무가 울창한 곳을 가리키며 "이곳은 논"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면적 300㎡에 이르는 땅에는 나무가 울창했고 드문드문 남아있는 논의 흔적만이 이곳이 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인근 7만2천㎡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안씨는 이렇게 버려진 땅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며 귀한 농지가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곳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나주 지역의 최대 쌀 생산지 가운데 하나였지만 "쌀 농사로는 더이상 살 수 없다"며 많은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마을에 남은 주민들도 농사를 짓기보다는 소, 돼지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많은 농지를 축사 부지로 전용했다.

   특히 최근 영산강에 인접한 동강면 곳곳에서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농경지 리모델링사업으로 강에서 퍼올린 준설토가 많은 논밭을 메워버렸다.

   안씨는 "늙은 사람들만 농촌에 남아 농사일을 하지 누가 돈도 안되는 농사를 계속 하겠느냐"며 "보상금을 받기는 했지만 4대강 사업으로 강 주변 옥토까지 물에 잠겨 아까운 농지까지 버려두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숲으로 변해버린 농지
(나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전남 나주시 동강면에서 35년째 쌀농사를 짓고 있는 안영일(60)씨가 숲으로 변해버린 농지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2010.10.21 cbebop@yna.co.kr

   동강면이 고향인 안씨는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재고량은 늘어나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와중에 농사비용은 갈수록 늘어나 수지 맞추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빚을 내 구입한 콤바인(6천만원), 트랙터(5천만원), 이양기(2천만원) 대금을 갚기 위해 이웃들이 버리고 간 땅 4만여㎡를 빌려 쓰고 있지만 이자를 갚기에도 버겁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에는 400가구 이상이 살며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200가구도 남지 않았다.

   떠난 사람들의 농지는 안씨와 같이 마을에 남은 사람들이 빌려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안씨의 마을에서만 임차농지가 전체 농지의 30%에 이른다.

   그렇게 땅까지 빌려 농사를 지어봐야 수익에 큰 도움은 안되지만 그래도 천상 농사꾼인 안씨에게는 농지는 그냥 버려둘 수 없는 존재다.

   안씨는 "쌀은 자급할 수 있는 정도만 생산하고 수입산 사료대체작물을 짓는 등 농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보조하면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시에 따르면 1990년 2만3천㏊였던 나주 지역 농지는 올해 2만2천㏊로 줄었다. 휴경농지는 1천700㏊(9.2%), 임차농지는 6천200㏊(32%), 외지인 소유 농지는 6천800㏊(35%)로 나타났다.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