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비즈니스에 눈 뜨다
전통ㆍ친환경에 경제성까지…한옥 바이러스 확산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성북구 동소문동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김모(49)씨가 계동 일대의 한옥을 사려고 공인중개사와 상담하고 있다. 김씨는 “어릴적 살던 한옥의 정취를 다시 느끼고 싶어 집을 구하고 있다”며“서울시에서 개ㆍ보수 비용을 지원한다고 하고 북촌 한옥의 희소 가치도 부각되고 있어 경제성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계동부동산 김재창 사장은 “한옥 집값이 1년 전보다 20% 가량 올랐지만 찾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며 “서울 도심이어서 편리한데다 고궁 가까이에 있어 주거환경이 쾌적한 게 북촌 한옥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택시장의 두드러진 현상은 한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다. 주택수요자들은 기존 한옥 매입이나 새 한옥을 짓는데 관심을 쏟고 주택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새로운 개념의 한옥 보급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한옥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외면받던 한옥 몸값 쑥쑥 서울 4대문 안의 한옥은 몸값이 계속 뛴다. 종로구 창성동 종로부동산 서진하 사장은 “2000년대 초반 3.3㎡당 600만원대에도 찾는 사람이 없었던 한옥이 최근에는 3.3㎡당 3000만원까지 거래가 된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한옥의 몸값이 뛰고 있는 건 문화적ㆍ역사적 가치 외에 경제성에 대한 재발견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성북ㆍ한남동 등에 살고 있는 부유층이 별장용으로 북촌 한옥을 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한옥지원책도 몸값을 올리는 요인이다. 서울시는 4대문 안의 한옥밀집촌을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옥 밀집지역 내에서는 한옥 외의 다른 형태의 주택은 짓지 못한다. 대신 한옥을 짓거나 개ㆍ보수할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준다. 개보수의 경우 지원금 6000만원에 장기 저리 융자 4000만원이고 신축은 지원금 8000만원에 융자 2000만원이 지원된다. 서울시 한옥문화과 한효동 과장은 “한옥에 애정을 가지고 주민들이 편리하게 살 수 있게끔 지원한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국토해양부도 곧 한옥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한옥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제출할 계획이다. 규모 커지는 한옥 비지니스 최근의 또 다른 특징은 한옥의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환경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따라 주거용이나 숙박시설로서의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으며 관광상품으로도 번지고 있다.
두드러진 현상은 한옥형 레저·숙박시설의 확산이다. 2007년 경북 경주에 들서선 한옥 호텔 라궁은 투숙객이 계속 늘고 있다. 이 호텔 변선영 팀장은 "주말 숙박을 위해서는 최소 2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옥 전문 설계업체인 금성종합건축사 사무소의 김용미소장은 “한옥형 호텔이나 온천시설을 지으려는 개발사업자들의 문의가 잇따른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한옥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김나영 사장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한옥의 매력에 빠져 단골손님이 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한옥 조성에 힘을 쓰고 있다. 전주시가 조성한 전주 풍남동ㆍ교동 일대의 한옥마을의 경우 관광객이 2008년 130만명에서 2009년 250만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관광객이 늘면서 주변 한정식 식당이나 기념품 코너 등도 활황이다. '신한옥'으로 주택 상품화 시도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주택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눈여겨볼 만하다. 건설관련 업체들이 한옥 주택사업을 적극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 2012년까지 한옥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며 경기지방공사도 광교신도시에 한옥촌을 만든다. 특히 부동산개발업체들은 한옥을 새 주거 아이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서울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기도 하남 등지에 50~60가구의 한옥마을을 짓기 위해 설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으려는 한옥은 전통 한옥이 아닌 한옥스타일의 새로운 주택이다.
신한옥 또는 현대한옥이라 불리는 새 주택은 나무ㆍ돌ㆍ기와 등 한옥의 기본 재료를 사용하면서 내부 자재는 최신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화장실을 집안으로 들이고 주방도 서구식으로 만들며 난방은 단열효과가 좋은 자재를 사용해 기존 한옥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또 산업화와 규격화를 통해 자재값을 낮추면 현재 3.3㎡당 1000만원 안팎인 한옥 건축비를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더워 사는데 불편하다’는 한옥의 개념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사장은 "한옥촌을 만들어 피트니스센터 등의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하고 아파트 같은 관리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공동 주차장을 확보하면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신주거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한옥 건축 기술자를 육성하는 한옥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 화천한옥학교 한진 교장은 “6년전 3개였던 한옥학교가 최근 10개 가량으로 증가했다”며 “화천한옥학교의 경우 최근 들어 수강신청자가 정원의 두 배를 넘을 정도로 입학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전했다. 강원대 건축학부 김도경 교수는 “친환경적이면서 살기 편한 한옥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건축 기준을 완화한 별도의 한옥 건축 기준과 한옥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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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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