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前중수부장 "盧 前대통령 서거로 수사 못해"… 두 의원 "그런 사실 없다"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15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민주당 박지원, 우윤근 의원에게도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며 "두 의원에게 각각 1만달러씩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이 전 부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사 초기에 그 진술이 나왔고 액수가 적어 수사를 미뤄왔는데,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사를 못해 그 진술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박 전 회장이 그 진술을 했다는 건 팩트(사실)"라며 "다만 (돈을 줬다는) 정확한 장소와 일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회장이 두 의원에게 돈을 준 시점은 노무현 정권 말기보다 한참 전으로 기억하는데, 정치자금법 위반죄 공소시효(5년)가 지났을 것"이라며 "이 내용은 당시 우병우 중수1과장(현 대검 수사기획관)을 비롯해 임채진 검찰총장, 문성우 대검 차장도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으며, 후원금조차 받은 것이 없다"고 반박했고, 우윤근 의원은 "박연차라는 사람을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 발언 취지를 알아보고 민형사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은 작년 5월 노 전 대통령 자살 이후 그해 7월 사직했다. 그는 사건이 종결된 지 1년 이상 지난 시점에 이 같은 발언을 하는 이유에 대해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관련한 발언을 했다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했고, 국회 법사위는 지난달 이 전 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지원·우윤근 의원은 법사위 소속이다.
한편 이날 주간지 '시사저널'도 박지원·우윤근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 내용을 밝힌 이 전 부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