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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과 4대강,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시선

화이트보스 2010. 11. 22. 11:08

조선일보가 F1 그랑프리만큼 4대강을 지적했다면?
F1과 4대강,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시선
2010년 11월 17일 (수) 16:07:37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조선일보>가 17일치 “F1 코리아 그랑프리 그후”라는 제목으로 F1코리아 그랑프리에 대한 기획 기사를 쏟아냈다.

조선일보 F1 특별취재팀은 지난달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F1(포뮬러 원)이 열렸던 곳,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삼포리를 찾았다. 대회가 끝난 지 3주가 지난 시점에서,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은 영암 코리아 그랑프리가 무엇을 남겼는지를 다시 되새겼다.

   
  ▲ 조선일보 11월17일치 4면  

조선일보가 지적한 ‘F1 코리아 그랑프리’ 문제점들

조선일보는 3면과 4면을 통해 영암 코리아 그랑프리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보도했다. 흑자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적자를 보았으며, 사업비 등에 충당한 빚 때문에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 등 문제는 심각했다.

먼저, 조선일보는 “당초 연구용역 보고서는 첫해 70억원 흑자를 ‘주장’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며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번 F1 코리안 그랑프리 1회 적자 규모를 4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대회 전 740억원의 수입을 기대했던 조직위는 지금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으며, 564억원을 목표로 했던 입장권 판매 수입은 반의 반도 못 미쳤다고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3400억원으로 책정한 사업비는 추가 부담이 발생해 4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지방채와 은행 빚에 대한 이자비용만 1년에 150억원 이상 발생하고, 2012년부터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 F1 대회는 매년 도 재정에 300억원 이상 적자를 안겨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의 꼼꼼한 보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선은 “F1 대회를 주관한 카보는 대회를 치르지 못해도 돌려받지 못하는 돈인, 내년 영암 개최권료 4천만달러를 이미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런 상황인데도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동차경주장을 지으려는 움직임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 한겨레 11월17일치 3면  

한겨레가 지적한 4대강 사업의 거짓과 진실들

조선일보의 시선이 F1 그랑프리에 머문 것과는 달리, <한겨레>의 시선은 4대강의 ‘거짓과 진실’에 향했다.

한겨레는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도움을 받아,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과 국제수상교통시설협회(PIANC)의 내륙 수운 기준 등을 검토, 오늘 치 1면과 3,4,5면을 통해 “4대강 거짓과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4대강 관련 기획 기사를 대대적으로 쏟아냈다.

한겨레는 구체적으로 4대강 공사 사업이 운하를 염두에 둔 설계일 가능성이 높으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 효과는 부정확하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강이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4대강 공사가 끝나면 낙동강과 영산강에는 3000t급 선박이, 한강과 금강에는 700t급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수로 조건이 갖춰지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물이 부족하지 않은 낙동강에 영주댐 건설 등 대규모 신규 수자원을 확보하고 낙동강 하굿둑에 배수갑문을 증설하는 것도 운하를 염두에 둔 설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또, 4대강 사업과 관련해 34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발표한 정부의 주장이 신빙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보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4대강 공사로 전 산업 분야에 3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자리의 질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발표한 1만364개 일자리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나머지 7939개는 고용보험조차 적용되지 않는 아르바이트 수준의 질 낮은 일자리”라는 최영희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전하며, 정부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두 신문은 두 개의 기획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두 신문이 향한 시선은 각각 달랐다. F1 그랑프리와 4대강, 두 신문이 다룬 사안 자체는 달랐지만, 사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비슷했다. 조선일보의 그랑프리 보도 안에서는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한겨레의 4대강 보도 안에서는 그랑프리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특별취재팀을 꾸려 꼼꼼하고도 세밀하게 F1 그랑프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조선일보가 특별취재팀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문제점을 찬찬히 보도했다면 어땠을까? 오늘, 기획 취재를 통해 보여준 그 능력의 반만이라도 4대강 사업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보도하는 데 주력한다면, 스스로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의 주장이 조금이나마 덜 어색하게 들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