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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워크숍 한다며 바다낚시하고 나이트클럽 가고

화이트보스 2010. 11. 22. 17:36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워크숍 한다며 바다낚시하고 나이트클럽 가고

입력 : 2010.11.22 03:01

성금규모 15배 커졌지만 監査인력은 5명 '태부족'
공채 탈락자 특별채용 등 인사관련 비리도 드러나

3300억원(지난해 기준)을 관리하며 사회적 약자에게 국민성금을 배분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방만한 성금 유용 실태가 사실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덩치(모금액·운영경비)는 커지는데, 이를 감시할 기능은 따라가지 못해 생긴 필연"이라고 말했다.

21일 복지부 감사 결과 광범위한 성금 유용 사실이 불거지면서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공동모금회가 지난해 인건비·활동비 등으로 사용한 운영 경비는 194억원이다. 2006년만 해도 운영비는 129억원이었지만, 모금액이 매년 증가하면서 운영비도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시할 인력은 공동모금회에는 5명에 불과했고 2~3년 단위로 외부 감사를 하는 복지부도 지난 2007년 감사 이후 지금까지 별도 감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2007년 복지부 감사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유용 사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감독기관인 복지부의 국민성금 감시 기능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고귀한 돈'인 국민 성금을 둘러싸고 부정의 여지는 그만큼 늘고 있었지만 이를 예방·적발할 기능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일부 직원의 성금 유용, 배분사업 관리 소홀 등과 관련해 윤병철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전원이 사퇴하기로 한 가운데 21일 저녁 서울 정동 공동모금회 건물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그 결과 지난달 초 국정감사 과정에서 경기·인천 지회의 직원들이 최소 3300만원 이상의 성금을 유용한 사실이 처음 드러난 이후 공동모금회에 대한 기부가 급감하는 등 국민 신뢰가 실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뢰를 되찾지 못할 경우, 활성화 기미를 보이던 기부 열풍이 사그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독점적 지위지만 감시 기능 취약

법인카드로 단란주점 가고, 워크숍 한다면서 바다낚시에 래프팅을 즐기면서 나이트클럽 가고, 지회(支會) 감사하라고 준 돈으로 피감(被監)기관인 지회 관계자들과 노래방 가고….

21일 동안 공동모금회 감사를 진행한 복지부 김시관 감사관은 "경기지회는 2006년 유흥주점에서 같은 날 48만여원 영수증을 두 개로 쪼개 계산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모금회는 2007년 복지부 감사, 2009년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성금 유용 사실은 적발하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의 주기적인 감사는 운영 시스템의 효율성 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개인 비리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아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자, 지역별 16개 지회 수준에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양용희 호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공동모금회가 10년 넘게 유일한 법정모금기관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내부 단속에 안일해 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모금회 복수화, 사용내역 공개해야

대안으로는 우선 공동모금회 내부 차원에서 감사 인력 확충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수(複數)의 공동모금회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비대화를 막아 관리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미국·영국처럼 모금 단체의 각종 내역을 인터넷 등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수의 모금회를 두는 방안과 함께 운영비 사용내역을 엄격한 공시 양식에 따라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공동모금회는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성금 감소와 철회라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는 작년보다 11.6%(160억원) 많은 성금이 모였지만, 10월 한 달(81억9700만원)간은 전년(86억원)보다 5%가량 줄었다. 또 10월 이후 철회된 개인기부 건수가 1100여건(20억원)을 넘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990년대 초만 해도 수많은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연중행사처럼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걷었다. 1994년 2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내무부·경기도 등 17개 기관이 1990~1993년 사이 민원인과 기업들로부터 거둔 성금 중 9억5000여만원을 기관장 경조사비·판공비 등으로 돌려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이 분노하자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단체를 만들어 각종 성금 모금과 집행을 맡기기로 했고, 이에 따라 1998년 1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 단체'로 출범했다.

정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금을 내면 다른 단체에 기부금을 낼 때(법인은 이익의 5%, 개인은 20%까지 세금 공제 혜택)보다 최대 10배 세금 공제 혜택(법인은 이익의 50%, 개인은 100%까지)을 줬다.

이 같은 혜택에 힘입어 이 단체의 연간 모금액은 10년 사이 15배 이상 수직 상승했다(1999년 213억원→2009년 3318억원). 그러나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2005년 모금회가 자체 예산 220억원에 민간기업이 낸 이웃돕기 성금 40억원을 보태 서울 광화문 인근에 260억원짜리 사옥을 마련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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