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번질 수도… 살 떨리고 당혹스러워"
"말로만 철통같은 안보태세 천안함 이후 뭐가 달라졌나" 정부 무기력한 대응 질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에 대한 대학생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지난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때만 해도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등의 유언비어에 휘둘렸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이두진(25·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4년)씨는 "민간인 지역까지 포격을 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인륜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노선이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고, 천안함 사태 때도 지나쳤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북한은 체제를 위해 어떤 도발도 불사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했다.
늘 당하기만 하는 정부, 일관성 없는 대북 정책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대학생도 많았다. 과거 10년 동안의 햇볕 정책이 화살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권제훈(25·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년)씨는 "천안함 사태 이후 철통 같은 준비 태세를 갖추겠다는 얘기가 수없이 나왔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뭐가 달라졌느냐"면서 "꽃다운 해병대원의 전사(戰死)를 개죽음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정부가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호(25·숙명여대 국문과 4년)씨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가 국민에게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SNULife) 자유게시판에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을 질타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랐다. '인공기를 태우고 김일성 동상을 만들어 박살내십시오. 가족을 잃은 분노가 무엇인가 보여줘야 합니다', '그쪽 포진지를 초토화시킬 정도의 강력한 응징이 필요했다. 확전과 전면전이 두려워서 몸 사리면 더 많은 것을 내주어야 한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는 의미의 촛불을 켜자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북한의 해안포를 당장 쓸어버리자" 같은 보복 공격론이나 응징론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차분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지난 6월 백령도에서 해병대 근무를 하고 전역한 박수인(24·건국대 물리학과 2년)씨는 "같이 서해 바다를 지켰던 전우의 죽음 앞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이럴수록 냉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환성(23·한국외대 이란어과 2년)씨는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며 "외교 역량을 집중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입대를 앞둔 대학생들은 불안한 안보 상황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내년 1월 해병대에 입대할 예정인 황승순(21·고려대 독문과 2년)씨는 "연평도와 백령도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잘 지내는지 걱정"이라며 "내 의무를 피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좌파 대학생 단체는 남북한을 싸잡아 비판했다. '대학생 다함께'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라면서도 "이명박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틀을 따르면서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중단하고 종종 호전적 발언을 해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압박과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북한의 포격을 불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