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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맞아 중상인데도 "다른 부상자 먼저…

화이트보스 2010. 11. 28. 12:48

파편 맞아 중상인데도 "다른 부상자 먼저…"

입력 : 2010.11.27 03:00

[北 포격에 더욱 더 빛난 해병들의 전우애]
빗발치는 포탄 속에서 부상자 부축하고 의무대로…
전역 이틀 남겨놓은 장병도 몸 아끼지 않고 구조 도와

23일 오후 3시쯤 해병대 연평부대 정비소대 조수원(20) 일병은 북한이 쏜 1차 포탄 파편에 왼쪽 엉덩이 부분을 맞아 피를 흘리며 다른 부상병들과 함께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구급차가 왔지만, 위생병이 1명밖에 태우지 못한다고 하자 조 일병은 "나중에 가겠다"며 다른 부상병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조 일병 상태는 보기보다 심각했다. 응급지혈을 한 부위에서 계속 피가 배어 나오자 동료들은 "이러다 죽겠다"며 조 일병을 들것에 싣고 의무대로 달려갔다. 이미 2차 포격(砲擊)으로 부대 전체가 진동하는 상황이었다. 다친 전우(戰友)를 살리기 위해 조다형(19) 일병 등 3명은 포연(砲煙)을 뚫고 나아갔다.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진 조 일병은 "부상이 회복되면 나를 살려준 전우 4명을 찾아 어떤 식으로든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포격당한 지 나흘째인 26일 오전 연평도 K-9 자주포 진지의 모습. 해병대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북한의 재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장비를 점검하며 경계를 서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중화기 중대 김지용(21) 상병을 살린 전우는 직속상관인 김종선(39) 상사였다. 김 상병은 1차 포격 때 지시에 따라 주민을 대피시키고 부대로 돌아왔다. 곧바로 떨어진 2차 포격에 김 상병은 목에 파편을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의식이 희미해질 때쯤 중대 관측담당관인 김 상사가 그를 부축하며 붕대로 응급 지혈을 하고 "너는 내가 반드시 살린다. 걱정 마라"고 외쳤다. 김 상사의 도움으로 탄약고로 대피한 김 상병은 김 상사에게 "심정우 상병과 강은규 일병이 보이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김 상사는 포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시 아수라장이 된 막사로 뛰어가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병사 2명을 이끌고 피신시켰다.

빗발치는 포탄 속에서도 부상당한 오인표(19) 하사를 부축하고 의무대까지 달린 서아준(27) 하사, "대피하라"는 명령에도 부상한 김성환(22) 일병을 의무대로 후송한 이름 모를 병사, 김인철(21) 일병이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게 포연을 뚫고 달린 최형진(46) 상사와 신현욱(28) 하사….

해병대는 "자칫 큰 피해가 날 수 있었던 상황을 온몸을 던져 막아낸 이들의 헌신과 전우애가 있었기에 피해가 적었다"고 말했다.

포7중대 박진관(21) 상병은 1차 포격 때 북 포탄이 자주포 주변을 강타해 불길이 치솟자 소화기부터 들었다.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그는 오직 '이 자주포가 손상되면 적들에게 대응할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박 상병은 10여분 사투 끝에 불길을 잡아 반격의 기틀을 마련했다.

23일 당시 전역을 이틀 남겨뒀던 중화기중대 박인혁(20)·윤슬기(20) 병장은 부대가 피격(被擊)당하자 전역교육대에서 나와 몸을 아끼지 않고 현장을 누비며 작전을 도왔다. "너희들은 조심해야 하니 대피소에서 나오지 마라"는 간부들의 충고도 뿌리친 채 그들은 마지막까지 군인정신을 발휘했다. 25일 전역식을 마친 이들은 연평도를 떠나 육지로 나오자 곧바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아가 전우를 조문하고 부상당한 후임병들을 격려했다.

당초 경상자로 분류됐던 박봉현(21) 일병은 나중에 보니 심한 골절로 걸을 수도 없는 부상이었다. 그는 부상을 숨기고 "끝까지 남아 전우들과 싸우겠다"며 병원행을 거부했다가 나중에 걸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24일 강제 후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