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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재판 도중 일어나 "할 말 있다, 검찰개혁 정말 필요하다"

화이트보스 2011. 1. 5. 17:35

한명숙 재판 도중 일어나 "할 말 있다, 검찰개혁 정말 필요하다"

입력 : 2011.01.05 15:34 / 수정 : 2011.01.05 15:38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업자 한만호씨에게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4일 공판은 한씨의 위증(僞證) 여부 등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510호 형사법정에서 열린 3차 공판은 오후 2시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2시 20분쯤까지 12시간이 넘게 계속됐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한 전 총리와 주변인물들에 대한 금융계좌추적 결과와 한씨가 지난 2009년 모친 등과 교도소·구치소에서 면회하며 나눈 대화기록 등을 물증으로 제시하자 한 전 총리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재판 도중에는 한 전 총리가 직접 발언권을 얻어 검찰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이 새로운 증거로 한 전 총리와 남편의 계좌에 대해 사실 조회를 신청하면서 입출금 관련 의혹 등을 담은 표를 법정에 제시하자 “할 말이 있다”며 피고인석에서 일어섰다.

한 전 총리는 “사실 제가 총리까지 하고 검찰을 관할하는 지위에 있었는데 검찰 개혁이 정말 필요하다”며 “ 가족과 사돈에 팔촌까지 계좌추적을 당하고 이렇게 기자·방청객이 있는 곳에서 공개해 명예훼손과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치적 발언”이라고 맞받았다.

한 전 총리는 재판장에게 “재판 중에도 수사를 하느냐. 피고인의 인권을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고,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동생이 (9억원 중) 1억원을 수표로 썼는데 아직도 경위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는 “(피의사실이 공표돼) 모든 국민에게 9억원을 받은 사람으로 알려져 버렸다” “재판을 받고 있자니 자괴감이 든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건설업자 한씨와 검찰 사이에 위증을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한씨는 작년 12월 20일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 줬다는 진술은 꾸며낸 것”이라면서 검찰에서 한 진술내용을 번복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날 한씨가 의정부 교도소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 면회 온 어머니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이 녹취된 콤팩트디스크(CD)를 추가 증거로 신청했다.

CD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한씨는 2009년 5월 18일 모친에게 “(김문숙씨가) 특별면회로 왔었어요. 내가 ‘한명숙에게 잘 얘기하라’고 했으니…”라고 했다. “명숙이가 10여일 후에 미국에서 귀국하는데 상의하고 전화 준다고 하더라”는 모친 말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씨는 한 전 총리의 비서로, 한 전 총리와 함께 기소돼 있다.

검찰은 “2009년 5월 18일 어머니가 면회 왔을 때 ‘한 전 총리의 측근 김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한 전 총리와 상의해서 연락 주겠다더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 않나”고 한씨를 추궁했으나 한씨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이 접견 녹취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하자 한 전 총리측 변호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변호인 측은 “증인의 기억을 돕기 위해서라면 증인에게만 들려줘야지 공개된 법정에서 내용을 제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녹취CD는 변호인 측에서 먼저 요청해 법원이 사실조회를 통해 받은 것”이라고 반박하자 변호인측은 “왜 증거 채택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개하나. 방청객과 언론에 ‘우리 검찰에게 이런 무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한씨도 “구치소 있을 당시 접견 내용과 편지를 검찰에서 다 본다고 생각해 그걸 감안해서 검찰을 안심시키려고 말했던 것”이라며 녹취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인 2009년 접견 내용이다. 한씨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CD 공개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검찰 주장에 대해 변호인이 검토하라”며 한시간 동안 휴정을 했다. 결국 검찰은 녹취 CD를 틀거나 녹취록을 한씨에게 제시하는 대신 한씨 모자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법정에서 그대로 읽었고 재판부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검찰은 “어머니가 면회 왔을 때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하자 한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만약 3억원을 요구했다면 내가 오버했을 것”이라면서 “녹음된 내용의 상당 부분이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배치되는, 일관성 없는 대화들이라 나 조차 당황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