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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뒤 북한 다시 생각 오마이뉴스도 북 인권 거론할 것”

화이트보스 2011. 1. 10. 14:36

연평도 포격 뒤 북한 다시 생각 오마이뉴스도 북 인권 거론할 것”[중앙선데이] 입력 2011.01.09 12:37 / 수정 2011.01.09 13:14

중앙SUNDAY,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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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오마이뉴스(Ohmynews). 2000년에 창간한 이 인터넷 신문사는 지난 10여 년간 진보좌파 진영의 허브(hub) 역할을 해 왔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란 평가도 받는다. 그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첫 인터뷰를 모든 매체 다 제쳐 두고 오마이뉴스와 했다. 마지막 인터뷰도 거기서 했다. 오마이뉴스를 말하자면 대표기자 오연호(47)를 빼놓을 수 없다. ‘말’지 기자였던 그는 신방과 졸업반 학생 2명과 사진기자 1명을 고용해 오마이뉴스를 차렸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금 오마이뉴스에는 76명의 기자와 7만 명의 시민기자가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63억원. 그러나 이 매체는 그런 외형을 훨씬 뛰어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외국 저널리즘 교과서에도 언급된 오마이뉴스의 사주이자 대표기자인 오연호는 최근 서울대 조국 교수와 함께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펴냈다. 진보가 2012년, 늦어도 2017년엔 집권해야겠다는 거다. 도대체 진보좌파 진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재집권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 걸까. 중앙SUNDAY 김종혁 편집국장이 오 대표를 만나 그걸 물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20여 년 이상 기자 생활을 한 두 사람이 언론의 역할, 좌파와 우파의 정체성, 대한민국의 역사, 재벌 논란 등 현안에 대해 대담하는 형식이 됐다. 두 사람은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있는 오마이뉴스 대표실에서 세 시간 동안 만났다.

-올해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4년차다. 대북 문제부터 경제 성장, 물가, 복지 논란 등 만만찮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중앙일보는 열린 보수를 지향한다. 일류 진보는 대우해 주자는 입장이다. 이번 인터뷰가 진보와 보수의 상호 이해와 상생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오 대표가 최근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펴냈는데 제목이 매우 노골적이다.

“요구르트 중에 ‘쾌변’이란 게 있더라. 먹는 것에 변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 완전히 정공법인데 그게 좋더라. 진보가 재집권하길 바라는 책을 쓰면서 처음엔 ‘잔치는 다시 시작이다’ 뭐 이런 이름을 붙이려 했었다. 별로였다. 그래서 아예 솔직하게 간 건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 오마이뉴스도 창간사에서 ‘열린 진보를 추구하고 경직된 진보에는 회초리를 들자’고 했다. 생산적이고 양심적인 보수와는 악수하자는 입장이다.”

-언론은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치중립(Value Free)은 허구고 언론의 당파성은 불가피하다고 주장도 있다. 오 대표의 언론관은 뭔가.
“저는 오마이뉴스 하면서 한 번도 공정보도나 객관보도를 한다고 강조한 적 없다. 지상파 방송은 전파의 공공성 때문에 한쪽 편만 들면 안 된다. 반면 신문은 여러 개가 있고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수 신문이 보수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그걸 욕하면 안 된다. 게다가 오마이뉴스는 인터넷이다. 우리 같은 매체가 문화체육관광부에 2000개 이상 등록돼 있다. 오히려 고유의 색깔을 내야 한다. 단 사실을 왜곡하면 안 된다.”

-다양성을 강조하는데 좀 이상하다. 오마이뉴스는 지금까지 신문사들의 방송 종편사업 진출을 반대하지 않았나.
“종편 자체를 반대한 건 아니다. 종편처럼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그에 합당한 환경이 생겨난다. 우리가 비판한 건 선정 방식 등을 놓고 정치적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부분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열리면 그에 맞는 질서들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2008년 광우병 시위가 터져 나왔을 때 사실 광우병에 대해 (보수)언론이 잘 몰랐다.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인가 뭔가 이름도 생소했고. MBC PD수첩이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라는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을 때 우왕좌왕했다. 보수언론은 그때 먹을거리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예민한지 간과했다. 하지만 PD수첩 보도는 아무리 관대한 기준으로 봐도 너무 의도적이다. PD 저널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팩트를 전달하면서 음악과 자막을 곁들여 영화 같은 분위기로 공포심을 자아낸 게 아닌가.

“PD들 스스로도 PD저널리즘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PD수첩이 검찰 스폰서 의혹 제기 등 다양한 보도로 상을 많이 받고 있다. 광우병 보도와 촛불시위에 대해선 과대 해석하고 선동해 판을 벌였다는 게 지적의 핵심인 것 같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들이 있다. 예를 들면 지난 대선 때 오마이뉴스가 별로 내용도 없는 문국현 후보를 주목했고 2002년에도 노무현을 만들어 낸 게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저는 PD수첩이든 중앙일보든 오마이뉴스든 누구도 존재하는 것 이상으로 선동할 순 없다고 본다. 뭔가가 있으니까 (시위 같은 게) 일어나는 거지, PD수첩이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수십만, 수백만 사람이 그랬다고는 보지 않는다.”

-거기엔 동의하기 어렵다. 불씨가 없으면 기름을 끼얹어 봤자 불꽃이 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씨에다 계속 기름을 끼얹는데 불이 어떻게 꺼지나.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괴벨스가 독일 국민을 현혹하고 거짓말을 해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중국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은 선동에 따라 끔찍하고 잔혹한 짓을 많이 했다. 이란이나 북한에서 걸핏하면 대규모 군중시위가 열리는데 그게 객관적 사실과 부합해 그러는 건가. 언론은 얼마든지 선전선동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건 맞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데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게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인 것 같다. 만일 대중과 군중이 잘못된 정보로 움직이고 있다면 눈치 보지 않고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 황우석씨 사례가 있다. 지지자들이 광범위하게 형성됐을 때 그걸 비판하는 뭔가를 쓰기가 두렵다. 하지만 촛불시위가 3개월이나 지속됐는데 PD수첩이 일방적인 보도를 했더라도 보수언론이 다른 입장의 보도를 했으면 좀 더 입체적으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충성스러운 독자가 오히려 혁신 장애물
-촛불시위 현장에 여러 번 나갔는데 솔직히 무섭더라. 반박기사를 왜 안 썼느냐는데 사실 많이 썼다. 그런 기사를 쓰면 시위대가 몰려와 회사를 둘러싸고 시위하더라.
“그 심정은 이해한다. 오마이뉴스에도 보수단체에서 가끔 와서 시위한다. 독자들은 보수든 진보든 언론에 대한 섭섭함과 억울함이 쌓여 있는 것 같다. 그 누적된 불신을 정리하지 않으면 언론이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시장이 58년 된 댐을 부수는데 그 아래 엄청난 퇴적층이 형성돼 있었다고 하더라. 진보의 성역에도, 보수의 성역에도 그런 찌꺼기가 있을 수 있다. 그걸 한 번 제대로 걷어 내지 않으면 어떤 방식의 새로운 선언을 하고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발언하더라도 대중이 흔쾌히 ‘그래, 당신들이 우리를 대변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진보든 보수든 그런 불신의 퇴적층을 한 번 털어 내야 한다. 가장 잘 털어 내는 사람이 앞으로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미디어 업계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다.”

-맞다. 촛불시위를 보면서 보수 언론이 국민 생각의 흐름과 정서를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반성했다. 더 접근하고 더 같이 호흡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앙일보도 창간한 지 50년 가까이 되는데, 뭐든 오래되면 매너리즘이 생기게 마련이다.
“오마이뉴스는 창간한 지 10년이 됐는데도 매너리즘이 생기더라. 혁신을 못 하게 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뭐냐면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충성스러운 독자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변신하려 하면 왜 변절하느냐고 비판한다. 예를 들면 우린 그동안 재벌을 주로 비판했다. 그런데 재벌이 좋은 점 없이 재벌이 됐겠나. 재벌의 좋은 점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한다. ‘해외에 나가 우리나라 큰 기업들의 간판을 볼 때 나는 자랑스럽다. 그렇게 느끼면 그것도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저는 이렇게 지적하는데 그럼 기존 독자는 반발한다. 과감한 혁신자는 충성스러운 독자로부터도 자유롭고, 그들을 끌고 소통하면서 개조해야 하는데 오마이뉴스를 포함해 현재의 진보·보수미디어 중에서 그걸 제대로 한 데가 없다. 우리도 그걸 하고 싶은데, 중앙일보도 그걸 우선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인간이든 조직이든 진화와 발전에 가장 큰 장애물은 오래된 습관이라고 한다. 누구나 익숙한 길로만 가려 한다. 해 오던 방식을 깨 버리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있느냐는 건데, 참 어렵다.
“1995년까지 제 별명이 반미(反美)기자였다. ‘말’지에서 7년간 주한미군 기지를 취재했다. 88년에 왜 미군기지가 용산에 있느냐고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한·미 행정협정, 작전지휘권 그리고 미군 범죄사를 취재해 단행본으로 냈다. 그러다 95년 미국에 갔다. 그동안 미국을 비판했으니 직접 가서 보자고 생각했다. 모 신문에서 ‘반미기자 오연호의 변절’이란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에 가 보니 다른 점도 있더라. 당시 운동권에선 오로지 반미였는데, 나는 선언했다. 미국이 나쁜 점 많고 경계할 것 많지만 좋은 점도 배우자고. 그게 첫 번째 변화였다. 그리고 오마이뉴스를 창간하면서 경영과 기업, 시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게 그동안 기자일 때 느꼈던 기업과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했다. 오마이뉴스도 기업이고 회사니까 취재 대상이 된다. 그런데 나쁜 것만 쓴다. 해서 우리 기자들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 ‘왜 기업에 대해 나쁜 것만 쓰느냐. 입장 바꿔 보면 나도 기분 나쁠 것 같다’고.”

최고의 효율은 정의에서 나온다
-우파든 좌파든 사실관계에서 출발하자는 것은 중요한 지적이다. 그렇다면 용어부터 검토해 보자. 진보좌파는 사회주의와 평등을 강조하고, 보수우파는 자본주의와 자유를 강조한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뒤 좌파 쪽에서는 좌파라는 말 대신 진보개혁이라고 하는데, 이런 질문을 해 보자.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천안문 사태 때 대학생들이 인권과 자유를 외치고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보수인가 진보인가. 좌파(사회주의) 정권이 보수고, 학생들이 진보 아닌가. 그럼 보수좌파, 진보우파란 표현도 가능하지 않나.
“동의한다. 상투적일 수 있지만 저는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변화를 실천하는 사람을 진보로 규정해 왔다.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는 ‘최고의 효율은 정의’라고 했다. 그걸 믿는다. 효율을 버리면 안 된다. 효율은 보수가 자기 것 챙기기 위해 강조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효율은 정의에서 나오고 그러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 특권과 반칙이 남아 있으니 그것을 바꿔 보자, 그 정도다.”

-보수 진영에선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다고 한다. 일제식민지 거치고 친일 논란도 있고, 독재정권·인권탄압·재벌특혜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된 100여 국가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거의 유일한 나라 아니냐,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입장 같다. 진보는 훨씬 비판적이다. 외세에 침탈당한 굴욕의 역사고, 기득권층이 계속 집권한 탐욕의 역사고, 노동자들이 수탈당한 역사고, 친일파가 잔존했던 역사고, 이렇게 말한다. 오 대표는 어떤가.
“만약 제가 대학 1학년이던 83년 시점에서 본다면 진보의 주장이 맞다고 할 것 같다. 그 뒤 28년이 흘렀는데 그 세월까지를 포함해 본다면 저는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배고픔에서 해방돼 경제대국이 돼 가고 있다는, 그걸 산업화로 표현하든 뭐든, 이런 점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다. 또 하나는 역동적인 민주화 과정이다. 한편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민이 있었고 또 민주적으로 굉장히 의식이 깨어난 시민의 양 측면이 있었다. 이 역동적인 힘을 어떻게 긍정의 힘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분단국가라는 점이다. 분단을 떨쳐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국력 저하 등 장애가 엄청나다. 우리 역사에 대해 100점 만점에 거의 90점을 주다가도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시 60점 정도로 후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사, 이젠 자랑스럽게 생각
-역사 논쟁의 핵심에 있는 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일본군 군관 출신이고, 쿠데타를 했고, 유신을 통해 장기집권을 획책했고, 시민적 권리를 억압했고, 이런 부정적 부분이 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깨끗했고 산업화를 통해 경제 발전의 단초를 깔아 지금의 우리가 있게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다. 오 대표는 진보집권플랜에서 우리가 박 전 대통령이 깔아 놓은 레일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슨 소리인가.
“누구나 건강한 중소기업을 많이 육성하자고 하는데 잘 안 된다. 지금까지 대기업 위주다. 박 전 대통령이 만든 레일은 수출·대기업·재벌 위주이고 정경 유착에 의한 붐업(Boom-Up)으로 대기업 중심 사회를 만들었다. 물론 그것도 잘살아 보자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이 강해지고 내수가 풍성해져야 하는데 아마 10년, 20년 이상 걸릴 것 같다. 또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은 인기가 없을 것이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도 중소기업, 중소기업 외쳤지만 결국 박정희가 깔아 놓은 레일로 가고 있다는 얘길 한 거다.”

-나름 일리 있지만 79년 암살당한 박 전 대통령에게 30여 년이 지난 지금의 경제 구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이상하다.
“박 전 대통령이 깔아 놓은 레일에 대한 대안모델을 진보가 제시하지 못했다는 걸 비판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경제 발전을 위해 한 것들을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억압한 것을 역사적으로 용인해선 안 된다. 만일 용인하면 다른 사람이 또 그럴 수도 있다. 밥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정당했고 감사하다면 긴급조치 같은 많은 문제점을 우리가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가. 진보에 대해 ‘너희는 꿈을 먹고 사느냐’고 비판하는데 ‘그래, 우리는 꿈을 먹고 산다’고 답할 수 있는 진보여야 한다.”

-자식들 먹여 살리려 굴욕을 참고 살아온 아버지에게 대학생 아들이 ‘아버지, 왜 그렇게 비굴하게 사세요’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 아들의 꿈도 있고 그걸 존중해야 하지만 아버지도 한 시대를 살면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 아들의 꿈과 아버지가 살았던 지난(至難)한 삶을 모두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진보집권플랜을 읽으며 아쉬웠던 대목이 그거다. 진보좌파는 정치 얘기는 많이 하는데 경제는 영 아니다. 모두가 잘살고, 가난한 사람에게 뭘 해 주자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하나. 도대체 대안모델이 뭔가.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한 민주적 경제체제’니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 다수 대중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새로운 경제체제’니, 이거 말장난 아닌가. 빵의 문제를 진보좌파는 어떻게 해결한다는 건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큰 틀에서 김영삼 시대와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진보좌파는 우파의 경제레일을 혁신적으로 바꾼 게 아니고 그걸 따라가되 좀 더 공정하게 하자는 수준이었다. 그 점에선 진보좌파라고 할 것도 없고 대안적 경제모델을 만들었다고 볼 수도 없다. 제가 말하는 진보는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토대에서 하는 거다.”

-진보는 저출산·고령화·양극화·청년실업·높은 자살률, 이런 걸 비판하는데 그게 이명박 정부 때 생긴 게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그게 정권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닐지 모른다. 대통령이 대기업 사장들 불러다 투자하고 고용하라고 해서 얼마나 하겠나. 그런 걸 싸잡아 정권의 문제로 돌리고, 모든 게 정권 탓이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4대 강처럼 급하지도 않은데 돈 쓰는 걸 비판하지 않을 순 없다.”

좋은 삼성 보여 줄 획기적 플랜 나와야
-진보가 비판하는 재벌 얘기를 해 보자. 재벌은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단계에서 탄생했고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부분이 있다. 물론 잘못도 많다. 역사적 공과가 있다. 한데 60~70년대 재벌들 중에서 살아남은 게 몇 개 없다. 대우와 해태·진로·기아·삼미그룹은 주인이 달라졌다. 그때부터 계속 있는 건 삼성과 현대 정도다.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해 살아남았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대한민국을 재벌 공화국이라고 비난하는 건 과장 아닌가.
“대기업도 양측을 봐야 하는 게 맞다. 예를 들면 좋은 삼성과 나쁜 삼성이 있다. 진보 진영은 그동안 나쁜 삼성만 얘기했다. 그런데 왜 삼성이 1등을 하느냐. 거긴 뭔가 있는 거다. 진보도 그걸 배워야 한다는 게 제 메시지다. 재벌 공화국이란 표현은 대기업의 주목도와 집중도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재벌 공화국이란 표현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재벌 내의 민주화가 사회적 평균에 비해 덜 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엔 제대로 된 노조가 없다. 어떤 사람은 삼성이 이재용 체제로 가는 걸 반대하지만 난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걸 인정하되 다른 부분에서 뭔가 해야 된다고 장하준이나 조국 같은 교수가 얘기하는 것이다. 삼성도 이 기회에 획기적으로 좋은 삼성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엔 나쁜 삼성이 계속 주목받았다. 한데 나쁘고 음모적인 삼성만 있으면 세계 1위를 어떻게 했겠나. 좋은 삼성을 국민과 소비자가 확연히 느끼게 할 플랜이 있어야 한다. 삼성은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높다. 문제는 민주주의다. 삼성에 더 좋은 제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사회가 평균적으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사내에서 해 달라는 것이다.”

-오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남북 문제 관리를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저는 반대 의견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북한은 지난 10여 년간 화해협력한다면서 정상회담도 했지만 알고 보니 플루토늄뿐 아니라 우라늄 핵폭탄도 개발하고 있었다. 외교적으로 보면 속고 실패한 것이다. 북한은 핵이 방어 목적이라더니 요새는 남한에 대해 핵 참화를 당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이래도 잘한 것인가.
“대전제는 통일은 버릴 수 없는 꿈이고 정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안 되고 급속한 흡수통일도 위험하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경제에선 대안모델을 못 만들었지만 통일정책에선 대안적 모델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핵도 우라늄도 개발했으니 실패한 것 아니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남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도 나왔지만 그동안 매듭지어진 게 없다. 북한과 미국이 수교하거나 완전한 종전 선언을 했는데도 핵무기를 개발했다면 북한을 100% 비난해야 한다. 그게 안 되니 북한은 자기네 카드를 안 버린 것 같다. 그게 김정일 정권의 전략인데 그걸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잘못이라고 하는 건 과도하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햇볕정책 때보다 더 큰 것 아닌가.”

-자국 국민이 관광 가서 총 맞아 죽으면 정부는 당연히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사과도 안 하는데 어떻게 관광을 재개하나. 연평도를 포격해 민간인이 죽었는데 국가와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대화하자고 할 수 있겠나. 나중에 다시 대화하더라도 당장엔 강경책으로 나가는 게 당연하다. 그걸 놓고 전쟁을 획책한다고 비난하는데 그럼 민가에 포를 쏴도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
“저는 연평도 포격 이후 곧바로 ‘북한이 민가를 포격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사과하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그동안 진보에 ‘그게 진짜 팩트인지 어떻게 아느냐’는 태도가 있었다. 이제 보다 본격적으로, 오히려 진보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세습도 마찬가지다. 진보 진영도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상당히 생각이 많다. 우리가 같은 동족이고, 통일을 해야 하니 차이점을 이해하자고 생각했던 분들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많이 하고 있다. 진보 진영도 북한의 민주화, 인권, 세습 문제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보수집권플랜도 나왔으면
-오마이뉴스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먼저 거론하면 어떤가.
“그러겠다. 진보언론이 앞장서 본격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저는 생각한다. 진보는 그동안 진보가 성역으로 남겨 뒀던 것, 보수는 보수가 성역으로 했던 것을 없애야 한다. 진보의 여러 성역 중 하나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비판이다. 그 다음은 북한 인권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탈북자 문제도 더 이상 월간조선에만 맡기지 말고 진보 언론도 팩트들을 진지하게 듣고 사실인지 아닌지 더 심층 취재해야 한다.”

-진보집권플랜을 쓴 동기가 뭔가.
“저는 보수 쪽에서도 이 시점에서 보수집권플랜이 하나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국민이 ‘보수와 진보가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2개의 참고서를 봤으면 한다. 지난 대선 땐 보수 진영이 박세일 교수의 책을 어젠다(Agenda) 삼아 기본 개념을 잡았는데 이번엔 아직 없는 것 같다. 보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진보가 이렇게 집권플랜 만드는데 보수는 뭐 하냐는 얘기도 나오더라. 어쨌든 진보와 보수가 각자의 집권플랜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종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