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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민 70% "정부 믿는다" 대한민국 국민 70% "불안에 떨어"

화이트보스 2011. 1. 11. 12:11

이스라엘 국민 70% "정부 믿는다" 대한민국 국민 70% "불안에 떨어"

입력 : 2011.01.11 03:02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5] 안보와 행복
"테러 공포 느껴" 한국 63% 미국 54%보다 높아
"나라를 떠나고 싶어" 이스라엘 3%, 한국 38%
이스라엘은 '강력한 억제력' 자신감 충만… 탄탄한 중도파 50%가 긴장상황에 '완충지대' 역할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주변국의 위협이 '나'의 행복을 훼손한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국민의 70%는 주변 국가들이 핵무기로 위협하더라도 정부가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인의 37%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답한다. 이스라엘인 중 80%는 '핵위협이 있어도 나라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조선일보·한국갤럽·글로벌마켓인사이트가 신년기획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를 위해 전 세계 10개국 51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 여론조사'(2010.12.16~12.24 조사)와, 이스라엘 국가안보문제연구소(INSS)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04~2009년 국민 안보 여론조사' 보고서를 비교한 결과다.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여 팔레스타인과 60년 넘게 유혈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은 남북대립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상황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그러나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의 '행복 성적표'는 놀랍게도 세계 8위(2010년 7월 발표 '갤럽 월드 폴').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56위를 기록했다. INSS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국민의 만족감은 국가가 주변국의 위협에 강력한 억제력을 지닌다는 자신감과 중도파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연한 정치 문화의 조화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나아지고 있다" vs 한국 "악화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 북한 후계자 김정은 등장, 연평도 포격,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 2010년은 대한민국 국민이 최악의 안보 위협에 노출된 해였다. 안보 불안에 지친 한국인의 3분의 2(69.6%)는 12월 실시한 행복 설문조사에서 '주변국의 위협이 나의 행복을 해친다'고 답했다. 10개국 평균(31.0%)의 2배가 넘고, 덴마크(14.6%) 보다는 약 5배나 높은 수치다. '주변국의 위협이 내 행복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라고 답한 한국인은 3.5%에 불과했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9개 나라 국민들은 평균 70.8%가 주변국의 위협에서 자유롭다고 답했다. '어떻게 죽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전쟁이나 테러'라고 답한 비율도 한국이 1위다.

이스라엘 국민도 주변 국가들에서 비롯한 다양한 위협을 인식하고 있었다. INSS의 '2004~2009년 국민 안보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인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가장 큰 위협(6.2점)(7점=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2위는 적국의 생화학무기 획득(5.9점), 3위는 지속적인 테러(5.7점)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인 중엔 정부가 이들 위협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핵무기·생화학무기·테러에 대해 '정부가 성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답변은 각각 67%·76%·89%에 달했다. INSS 예후다 벤 마이어 박사는 "이스라엘 국민의 자신감은 이스라엘 정부가 주변국의 위협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며 "민간인 피해로 이어지는 테러 발생 빈도가 지난 10년간 크게 낮아진 것도 이스라엘 국민들의 안정적 심리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2009년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는 13명으로 7년 전(451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스라엘 "핵위협 있으면 나라 떠나겠다" 3% vs 한국 "다른 나라 살고 싶다" 38%

행복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10명 중 6명은 '테러나 핵무기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 단체에 의한 테러 시도가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도 '테러의 공포를 느낀다'는 답은 53.7% 수준이었다. 주변국의 위협과 테러·핵무기의 공포에 휩싸인 한국인들은 37.5%가'기회가 되면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털어놨다. '나라를 뜨고 싶다'는 답은 20·30대가 압도적(각각 45.8·49.0%, 40·50대는 각각 27.7· 26.7%)으로 많았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위협 속에서도 나라를 떠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완성해 이스라엘을 위협한다면 나라를 떠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0%가 '나라에 머물며 평소대로 생활하겠다'고 답했다. '나라를 떠나겠다'는 사람은 3%에 불과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을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라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은 '이스라엘의 반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35%)였다.

◆장기 전략은 '평화', 그러나 눈앞의 위협에는 '매파'

이스라엘 유권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룹은 '침묵하는 중도'다. '중도 우파'나 '중도 좌파'가 아니라, 자신을 매우 유연한 '중도'라고 일컫는 유권자가 이스라엘 국민의 절반 이상(50.7%)을 차지한다. 올해 초 갤럽이 한국의 정치성향을 조사했을 때, 한국인 중엔 약 98%가 자신을 '진보' 혹은 '보수' 중 하나라고 명확하게 정의했다.

두터운 중도는 극도의 긴장이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안보 상황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노릇을 한다. 마이어 박사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자신을 '좌파' 혹은 '우파'라고 규정하는 대신, 사안에 따라 적절한 입장을 선택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지지하면서도, 눈앞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선 최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이스라엘인의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