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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요원이 홍콩에 뜨자 7단계 돈세탁이 드러났다… "올해 1兆원 이상

화이트보스 2011. 2. 26. 17:20

국세청 요원이 홍콩에 뜨자 7단계 돈세탁이 드러났다… "올해 1兆원 이상 추징" 기업들이 떨기 시작했다

입력 : 2011.02.26 03:01 / 수정 : 2011.02.26 04:54

'스위스 비밀계좌 976억원 적발'로 본 해외탈세 소탕전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국제거래조사국 강화
해외 15개 지역에서 '탈세 첩보전쟁' 계획

작년 초 국세청 직원 2명이 홍콩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10여일간 홍콩에 머물면서 유명 봉제인형 제조업체 P사에 대해 주변 탐문조사를 벌였다. 홍콩엔 P사 현지법인이 있었다. 이들은 홍콩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을 샅샅이 훑으며 P사에 대한 자료를 한 보따리 수집해 귀국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속한 국세청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로 돌아와 10여명으로 꾸려진 P사 전담조사팀원들과 함께 해외 탈세 분석에 들어갔다. 팀장은 회계법인에서 스카우트한 전직 국세청 출신 과장급이 맡았다. 분석 결과, P사가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수백억원을 탈세한 혐의가 하나둘씩 확인됐다. P사 전담조사팀은 곧바로 이현동 당시 국세청 차장(현 국세청장)에게 달려가 직보(直報)했다. 이 청장은 P사를 포함한 4개 해외 탈세 기업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자 작년 5월 25일 기자실에서 브리핑했다. 보도자료엔 발표자가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장 이현동'이라고 쓰여 있었다.

지난 24일 검찰이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976억원의 재산을 숨기고 437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봉제인형 제조업체 P사를 기소한 것은 국세청이 해외 현지에 조사원을 파견해서 거액의 탈세 기업을 찾아낸 첫 번째 사례다. 국세청이 해외 탈세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해외 거래가 많은 기업 등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세청이 작년 초부터 해외 탈세 조사의 칼을 뽑아든 건 백용호 당시 국세청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낮은 세율(稅率), 넓은 세원(稅源)'을 지지하던 백 청장은 숨겨진 세금을 더 찾아내기 위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해외 탈세 추적으로 눈을 돌렸다. 이에 이현동 당시 국세청 차장이 직접 지휘봉을 들고 베테랑 조사인력 15명으로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꾸렸다. 서울청 조사4국 직원 5~6명도 합류시켰다. 서울청 조사4국은 대기업에 대한 심층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의 중수부'에 해당한다. 핵심 조사인력이 해외 탈세기업 조사에 투입된 것이다.

어려움도 많았다. P사의 스위스 비밀계좌 파악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작년 상반기는 스위스와의 조세 협정이 개정(12월)되기 전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 지점도 있기 때문에 스위스 비밀계좌라고 해서 직접 스위스에 있는 은행 본점을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해외 조사는 자칫 외교 마찰을 빚을 수도 있어 법 테두리 내에서 은밀하게 조사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P사를 포함한 해외 탈세기업 4개를 적발, 총 3392억원의 세금을 물렸다. 그중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등을 통해 7단계에 걸쳐 자금 세탁을 한 P사만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8월 이현동 국세청장이 부임한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의 국제거래조사국을 대폭 강화했다. 국세청 본청의 국제조세관리관실에도 '역외(域外)탈세담당관' 등 전담기구를 만들었다. 해외 탈세 조사를 위해 처음으로 배정받은 예산 58억원을 집중 투입해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중국 상하이 등 6개 지역과 홍콩 등 금융 중심지 4곳, 해외 한인 밀집지역 5곳 등 총 15개 지역에서 정보 수집 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이처럼 강화된 인력과 예산을 토대로 올해 해외 탈세를 적발해 1조원 이상을 추징한다는 게 국세청의 목표다. 현재 3~4개 기업에 대해 해외 탈세 혐의를 잡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