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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재의원 “박지원, 성희롱 사과” 요구

화이트보스 2011. 3. 5. 21:47

이은재의원 “박지원, 성희롱 사과” 요구

기사입력 2011-03-05 03:00:00 기사수정 2011-03-05 11:23:47

 

李 “애 떨어지겠다”→朴 “애 밸 나이 아니잖아” 정보위서 질의 도중 설전
특사단 숙소 침입 집중 추궁… 원세훈 국정원장 사퇴 거부

“내가 불임이라는 거예요? 성희롱 발언입니다. 사과하세요.”

4일 오전 11시 반경 국회 본청 6층 정보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예상치 못했던 소동이 벌어졌다. 상기된 얼굴로 회의장을 나온 정보위 소속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거듭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의원 옆에 있던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도 박 원내대표를 향해 “말이 지나쳤다. 윤리위에 제소될 수 있으니 속기록에서라도 지워라”라고 거들었다. 박 원내대표는 “누가 질문하는데 그렇게 하느냐”고 맞받아쳤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가 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객실 침입사건에 대해 질의하는 도중 이은재 의원이 끼어들자 박 원내대표가 버럭 화를 내며 “그만하라”고 호통을 쳤다. 이 의원이 “(놀라서) 애 떨어지겠다”라고 항의하자, 박 원내대표가 “애를 밸 나이는 아니잖아”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59세이다. 이날 오후 기자가 이 의원에게 “박 원내대표를 제소할 것이냐”고 묻자 이 의원은 더 말하기도 싫다는 듯 “허허허” 웃기만 했다.

이날 정보위 의원들은 원세훈 국정원장을 상대로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에 개입했는지를 강하게 추궁했다. 하지만 원 원장은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다. 원 원장이 “이런 물의가 빚어진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긴 했지만 국정원 측은 “정보기관이 거론되는 것이 송구스럽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원 원장과 이번 사건에 직접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산업보안단을 관할하는 김남수 3차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원 원장은 “그건 인사권자(가 결정할) 문제”라며 “(사의를 표하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이 “그러면 사퇴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추궁하자 원 원장은 “그렇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원 원장은 이번 침입사건을 최초로 보고받은 시점을 17일 오전 11시라고 밝혔다. 이는 사건 발생 시간인 16일 오전 9시 27분과 하루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어서 국정원 내부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의원들은 더욱이 국정원 직원이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한 시간이 사건 발생 다음 날(2월 17일) 오전 3시 40분인데 국정원장은 7시간 이상 지나서야 보고받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NCND 기조에 야당의원들은 반발한 반면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국정원 입장에서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두둔하는 등 여야 간 온도 차가 뚜렷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원 원장은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해 “세습이 공식화된 뒤 김정은이 김정일의 현장 방문을 수시로 수행하고 있는데, 김정은이 혼자 시찰한 것처럼 발표하는 등 우상화 작업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정보위 간사인 황진하 의원이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