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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政治

화이트보스 2011. 3. 24. 12:54

봉하마을 政治

입력 : 2011.03.23 22:55

 

4·27 김해을(乙) 국회의원 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국민참여당 사람들이 경쟁하듯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고 있다. 두 당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권 여사 마음이 서로 자기네 쪽으로 기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1일 김해로 가 권 여사를 만난 데 이어 23일 또다시 김해를 찾았다. 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아예 김해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다음 달 27일 선거 때까지 현지에 상주할 예정이며 이미 권 여사 방문 계획도 잡아 놓고 있다.

두 당에 김해 보선 결과는 국회 의석 한 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선거에서 이기는 쪽은 당장 "거봐라, 우리가 노무현 정치의 적자(嫡子)다"라고 주장할 테고, 길게는 손 대표와 유 대표 간의 대선 후보 경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드시 두 야당이 전(前) 대통령의 부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 빚어졌다고만은 보기 어렵다. 권 여사의 태도에도 적극적인 면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여사는 지난달 14일 자신을 찾은 민주당 사람들에게 "손가락 다섯 개가 모두 제 역할을 해야 물건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야권후보 단일화를 주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틀 뒤 민주당이 후보로 내세우려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선 "참여당 유 대표가 권 여사에게 입김을 넣어 김 국장을 주저앉혔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유 대표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1일에는 권 여사는 손 대표를 만나는 자리에서 "김 국장은 훌륭한 인재이니 잘 기억해달라"는 말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 인사들은 이 말을 권 여사가 김 국장 사퇴를 밀어붙인 유 대표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풀이했고, 참여당은 "말 그대로 훌륭한 인재란 말이지, 우리가 후보 사퇴를 압박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맞받았다. 권 여사 말이 이렇게 달리 해석되니 야권에선 "(봉하마을에) 대변인이라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것이 21세기 정당, 그것도 민주적, 진보적이라고 자부(自負)한다는 정당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러다간 언젠가 집권하면 전직 대통령 부인을 국정자문회의 의장으로 모시겠다는 공약을 내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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