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위협하는 ‘알펜시아’를 가다
"고급주택 400채 팔아 모든 비용 대겠다" 큰소리 치더니…
강원도 8200억 빚더미에 하루 이자만 1억5000만원
영주권까지 내걸고 외국인 투자에만 목매IOC가 실사(實査)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Alpensia) 리조트는 2018년 동계올림픽을 열기에 족한 시설과 규모다. 그곳에서 500m 거리에 정반대의 쓸쓸한 풍경이 있다. 호화 주택단지 '알펜시아 에스테이트'다.
이곳엔 외장(外裝)공사만 겨우 끝낸 집이 100채 넘게 방치돼 있다. 휴일에도 인적이 드물고 간혹 직원들만 황량한 풍경을 오간다. 한 채당 25억~45억원인 이 단지가 올림픽 3수(修)에 나선 강원도민들의 비원(悲願)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서 생긴 빚 8200억원에 월 45억원, 하루 1억5000만원의 이자가 리조트의 주인인 강원도개발공사(GDC)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GDC는 원주무실2지구 아파트단지, 기숙사 부지, 춘천 본사 사옥까지 돈 되는 것은 모두 팔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만기인 2587억원의 공사채 중 900억원을 갚을 길이 없다. 이 '외화내빈(外華內貧)'의 비극은 2004년 3월 시작됐다. 김진선 당시 지사는 2010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뒤 결단을 내렸다.
- ▲ 눈에 덮인 알펜시아 에스테이트의 전경. 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과 숙박시설 비용을 충당하려고 계획한 이 주택단지가 강원도개발공사를 빚더미에 앉게 했다. /평창=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용평리조트·보광휘닉스파크 같은 기존 시설을 활용해 올림픽을 치르려는 계획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아시아의 알프스'를 지향하는 알펜시아 구상이 나왔다. 알펜시아를 밀어붙이기 위해 강원도는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강원도는 씨감자 생산기지 100만평을 포함한 대관령면 용산리와 수하리 일대 4.91㎢, 148만6000평을 GDC에 현물 출자했다. 이후 관광단지 지정(2005년 9월)→기공식(2006년 10월)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공사 관계자는 "사기업이었으면 5년이 걸릴 절차를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끝냈다"고 했다. 알펜시아는 경기장(스포츠파크)과 특1급 호텔(452실)·콘도(419실)가 포함된 '알펜시아 타운'을 짓는 데 소요되는 공사비(1조3000억원)를 알펜시아 에스테이트 400채를 팔아 마련하려 했다.
공사는 당시 부동산 붐이 꺾이지 않으리라 믿었다. '동계올림픽만 열리면 투자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도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2007년 7월 2014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러시아 소치로 넘어가면서 그동안 감춰졌던 '주먹구구식' 사업의 맹점이 하나 둘 드러났다.
"2007년 8월 4일입니다. 김 전 지사가 팀장 전원 회의를 소집해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어요. '오늘부터 분양을 전면 중단해야겠어'."(공사 직원) 먼저 400채라는 주택 수부터 아무 근거 없이 산정한 것으로 드러나 268채로 줄었다.
"막상 설계해보니 400채가 들어갈 공간이 없었어요. 다닥다닥 붙은 집을 누가 25억~45억원 주고 사겠어요."(공사 직원) 때맞춰 부동산 붐이 끝나고 러시아에 역전패했다는 소식, 분양 중단, 재설계 결정 같은 악재가 이어졌다.
자금팀 직원들은 물먹는 하마 같은 공사비를 마련하러 금융기관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한국→미국→한국업체를 옮겨다니며 재설계하는 데 8개월이 허비됐다. 그때마다 공사는 시공사인 동부건설에 수십억원의 추가비용을 냈다.
이 과정을 거치며 268채 가운데 준공 완료된 것은 80가구에 불과하다. "109가구는 골조(骨組)와 외부 마감만 끝냈고 79가구는 지을 엄두도 못 내요. 분양된 것은 30가구 정도로, 그나마 5년 관리비 면제 조건입니다."(공사 직원)
8개월 동안 달라진 설계는 무엇일까. "지붕을 유럽식 구리 동판(銅板)으로 바꾼 것과 실내에 목조 사우나를 만든 것 정도죠. 그걸 바꾸는 과정에서 사업비만 1100억원이 늘었고 본부장 여러 명과 분양대행사들은 공사를 떠났어요."
파행은 그치지 않았다. 알펜시아 에스테이트 서울분양사무소는 강남에서만 세 군데를 옮겨다녔다. 한 직원은 "삼성동 분양사무소는 모델하우스 건축비만 20억원이 들었는데 채 2년도 안 쓰고 다시 이사 갔다. 돈만 날렸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신문에 낼 분양 광고 문안을 결정할 때였어요. 세가지 안이 있었는데 당시 사장이 '이게 좋겠다'고 했어요. 알고 보니 집에서 가족회의를 했다더군요. 전문가들은 배제된 채로요."(공사 직원)
2018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알펜시아가 무시 못할 '뇌관'임을 알게 된 정부는 올 1월 알펜시아에 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겠다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을까.
"중국에서 투자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아직 성사 단계는 아니고요, 한 채당 분양수수료가 집값의 5.5%인데, 그걸 10%로 올리되 현물로 줄 수 없느냐는 문의는 있어요. 집 팔아줄 테니 몇 채 거저 달라는 거지요."(공사 직원)
동계올림픽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한 핵심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장과 숙박시설 짓느라 빌린 돈의 이자에 지금은 운영적자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겨울철 평일 가동률이 30%, 잘해야 50%거든요."
그에 따르면 강원도개발공사는 알펜시아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빚을 빌리는 데만 몰두했다. "고가주택 분양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요. 해법은 대규모 외자를 유치하는 것뿐인데,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과연 그렇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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