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림 일 탈북작가
그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잠시 머물다간 이곳 자유세계 남조선의 우월함과 경제발전을 조금도 알고 가지 말라. 대통령을 비판해도 되고, 초등학생까지 가진 휴대전화, 도로를 꽉 메운 승용차 등 많이 알고 갈수록 당신들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고 가라. 그대들이 남은 가족 때문에 혹은 '장군님의 인민'이란 고상한 의리 때문에 그토록 가고픈 공화국은 세계경제 순위 160위의 가난하고 비참한 나라란 것을…. 그 이유가 바로 전국 도처에 수만개의 김일성 동상과 사적관, 기념비와 특각(호화별장)이 세워졌기 때문임을…. 당신들이 평생토록 하는 정치학습이 바로 인민의 영혼을 병들게 한 마약이고 노동당의 감시라는 것은 정확히 알라. 여러분이 타 지역으로 이동할 때 '통행증'(국가승인)을 받고 다니는 것은 인민들의 봉기가 무서워 발을 묶는 제도란 것도….
공화국이 자랑하는 '무료교육, 무상치료, 세금 없는 나라'는 세상을 모르는 바보 인민이 듣는 잠꼬대 같은 소리다. 그게 공짜가 아니고 당신들의 세금, 즉 여러분이 일한 응당한 대가이다. 잘사는 미국과 일본에도 그런 사회정책은 없다. 당신들이 우연히 내려온 이곳 남조선으로 한 해에 3000명의 북녘 인민들이 목숨 걸고 찾아온다. 평생토록 죽 먹고 살기가 싫어,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아 굳이 누가 오란 말도 없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총구를 뒤로하고 내려온다. 이들도 고향에 사랑하는 처자와 가족이 있다. 당신들보다 더한 아픔을 평생 가슴에 묻고 이곳에서 비로소 인간답게 살고 있다. 가라! 가서 짐승처럼 살 테면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