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대지진] 식량 쌓아놓고도 품귀현상… '경제대국의 역설'
日, 50만명분 식량 보내고도 운송 경로 짜느라 못 나눠줘
석유 6억여 배럴 있으면서 정부 비축분은 끝내 안풀어
조선일보 | 김동현 기자 | 입력 2011.03.17 03:16 | 수정 2011.03.17 08:25
3·11 대지진과 쓰나미로 대재앙을 겪은 일본 동북부 지역에 구호물자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각지에 흩어진 대피소 2600여곳에서는 "약이 없어요", "추워요", "배고파요" 라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식료품 대국'인 일본에 과연 물자가 없을까. 이에 대해 16일 요미우리신문은 '대피소에 닿지 않는 물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센다이(仙臺)시의 청사에는 상당한 물자가 모여 있다"며 "문제는 거기서 끝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진 다음 날인 12일부터 15일 오전 9시까지 닛신식품(日淸食品) 등 일본의 식료품업체들은 각지의 공장에서 생산된 123만끼의 식량과 음료수 70만개를 피해지역인 동북부 5개 현에 수송했다. 피난민 50만명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은 양이다.
그러나 이를 나눠줘야 할 정부·지자체는 운송 루트를 짜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도로망은 파손된 곳이 많고, 여기에 휘발유 품귀 현상까지 겹쳤다. 수송용 트럭이 신속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센다이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수송용 트럭에 기름을 우선적으로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다못한 미무라 신고 아오모리현 지사는 16일 동북부지역을 대표해 도쿄 의 총리관저를 찾아가서 "동북지역에 필요한 제1순위는 기름"이라며 "석유 수송차량이 현지에 못 온다면 피해가 적었던 아오모리항까지 배로 연료를 나르는 게 어떤가"라고 제의했다.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답변은 "검토하겠다"였다.
사실 일본은 기름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총 5억8200만 배럴을 쌓아두고 있는 석유 비축 강국이다. 비축량으로 보면 우리나라보다 3배 넘게 많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으로 168일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3일 뒤인 14일에야 민간 석유비축분 3일치만 풀기로 결정했다. 정부비축분을 내놓겠다는 말은 아직까지 없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모습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에서도 드러났다. 제1호기가 수소폭발하고 2호기의 연료봉이 외부에 노출되는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방사선 수치는 비교적 낮다"면서 민간회사인 도쿄전력(TEPCO)에 모든 일을 맡겨뒀다.
그러다가 1~4호기가 모두 폭발하고 2호기의 격납용기가 파손된 15일에야 "도쿄전력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다"(에다노 관방장관)며 정부와 도쿄전력으로 구성된 '통합대책본부'를 발족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모습은 '매뉴얼의 역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일본은 불확실성을 지나치게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해진 매뉴얼에 맞는 일은 잘하지만 이를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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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진 다음 날인 12일부터 15일 오전 9시까지 닛신식품(日淸食品) 등 일본의 식료품업체들은 각지의 공장에서 생산된 123만끼의 식량과 음료수 70만개를 피해지역인 동북부 5개 현에 수송했다. 피난민 50만명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은 양이다.
그러나 이를 나눠줘야 할 정부·지자체는 운송 루트를 짜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도로망은 파손된 곳이 많고, 여기에 휘발유 품귀 현상까지 겹쳤다. 수송용 트럭이 신속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센다이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수송용 트럭에 기름을 우선적으로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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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은 기름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총 5억8200만 배럴을 쌓아두고 있는 석유 비축 강국이다. 비축량으로 보면 우리나라보다 3배 넘게 많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으로 168일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3일 뒤인 14일에야 민간 석유비축분 3일치만 풀기로 결정했다. 정부비축분을 내놓겠다는 말은 아직까지 없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모습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에서도 드러났다. 제1호기가 수소폭발하고 2호기의 연료봉이 외부에 노출되는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방사선 수치는 비교적 낮다"면서 민간회사인 도쿄전력(TEPCO)에 모든 일을 맡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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