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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PD의 南山 전망대] '한국인의 온정' 놀랍고 고맙다

화이트보스 2011. 3. 20. 10:26

기무라 PD의 南山 전망대] '한국인의 온정' 놀랍고 고맙다

  • 기무라 일본 저널리스트

입력 : 2011.03.19 03:03 / 수정 : 2011.03.19 17:18

일본을 습격한 대지진과 쓰나미. 현실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자연의 파괴력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무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막대한 피해 규모가 파악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1995년에 고베(神戶)를 중심으로 일어난 대지진의 경우, 사망자수를 확정한 것은 지진 발생으로부터 10년이 경과하고나서였다.

이번 천재(天災)에 직면하는 일본인의 태도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칭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다. "비참한 현실 앞에서도 소리 높여 울거나 아우성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부족한데도 폭동이나 약탈이 일어나지 않는다","항상 줄을 지어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등등.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어도 다부지게 인터뷰에 응하거나, 물자가 도착하지 않는 대피소의 현상을 조용히 호소하는 피재자(被災者-이재민)의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교통이 마비된 도쿄(東京) 도심부에서 택시를 몇 시간이나 정연하게 기다리고 있는 행렬의 영상은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지구심부탐사 배를 견학하던 중에 해일 습격을 당해 난바다에 뒤떨어져 있었던 5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다음날 구조될 때 손을 맞잡고 일렬로 헬기를 타는 영상도 많은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왜 일본인들은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주위와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화(화합)의 정신'이 있기 때문인가? 어릴 때부터 익혀온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인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배려의 마음' 때문인가? 남의 눈치를 보고 선악을 판단하는 '수치의 문화' 때문인가? 참으면 반드시 도움이 온다는 '공공에의 신뢰'가 강하기 때문인가? 모양 있는 것은 언젠가는 사라진다고 하는 '불교적 무상관' 때문인가?

그 모두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만약 내가 피재자라면 과연 똑같이 행동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또 고통이 계속될 때 언제까지 우리 일본인들이 차분한 모습을 유지할지 단언하기 힘들다.

일본인의 태도와 함께 NHK의 재난 보도에 대한 칭찬도 한국 언론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확실한 정보를 냉정하게 또 신속하게 전한다","불필요한 과장된 표현을 피한다"등등. 그러나이 것들은 재난 보도에 한하지 않고, NHK 보도의 기본적인 자세인 듯하다. 예를 들면 NHK 뉴스에는 효과음이 없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국에서 뉴스를 보면 영상 끝 부분을 슬로 모션으로 해서 음악을 씌우고 정서적으로 끝내는 편집이 많다. 이번 보도에서도 해일에 삼켜지는 자동차 영상에 일부러 표시를 달거나, 엄청나게 과장한 음악을 씌운 타이틀 영상을 거듭 보게 됐다. 이러한 보도 스타일에 자성을 촉구하고 억제적인 NHK 보도를 배우라는 것이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국민성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고려해서 볼 일이다.

피재자에 대한 의연금이나 물자를 보내는 활동은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뻗쳐 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16일 현재 114개의 나라와 지역, 24개의 국제기관에서 구조대 파견이나 지원 물자 제공 신청이 몰려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본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확대되어 각지에서 모아진 모금은 기록적인 금액이 되고 있다. 1997년 IMF사태에 빠진 한국에서 범국민적으로 전개된 '금 모으기 운동'을 보고 나는 아주 놀랐지만, 이번 일본을 돕자는 의지가 왕성한 긴 줄을 보고 놀라움과 동시에 정말로 고맙고 마음이 든든하게 느꼈다. 나도 한국 친구에게서 다수의 안부전화를 받았다. 마음속으로부터 걱정해 전화해주고, 무사함을 듣고 안도해 주는 한국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

어려울 때의 벗이야말로 진정한 벗이라는 말이 있지만, 연간 500만명이 왕래하는 한국과 일본에는 나라와 나라의 관계 이전에 개인의 관계에 있어서 그동안 '진정한 벗'이 다수 태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일본을 향해 있는 한국인의 온정은 앞으로 한일관계를 전진시키는 데 있어서 헤아릴 수 없는 힘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