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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콩 먹으면 발모효과 있다?" '나 홀로 치료' 탈모환자 인터넷 정보만 믿

화이트보스 2011. 3. 26. 19:40

검은콩 먹으면 발모효과 있다?"

'나 홀로 치료' 탈모환자 인터넷 정보만 믿다 낭패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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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54·남) 씨는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탈모증세 때문에 외국에서 공부 중인 아들을 만나는 것조차 두렵다. 20대 중반부터 탈모가 시작된 의사 원모(37·남)씨는 환자들 앞에서 자신감이 없어 고민이다. 대머리로 보일 정도의 탈모 증상이 있는 새내기 대학생 이모(19·남)군도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탈모로 인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잃거나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 한 온라인 탈모인 동호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탈모로 인한 심리적 변화를 물었더니 응답자 91.1%(123명)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돼있다고 답했다. 또 48.9%(66명)는 대인기피증, 34.1%(46명)는 우울증을 앓았다고 답하는 등 탈모인들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탈모는 우리나라 성인남성 10명 가운데 2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유병률이 높아져 40대 남성중에서는 약 50%가 탈모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증 안 된 탈모치료법 범람하는 인터넷##

이처럼 많은 성인남성들이 탈모로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치료에는 소극적인 편이다. 국내 탈모 남성들은 탈모 전문병원을 찾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질환과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전국 54개의 탈모치료 전문병원에서 탈모치료를 위해 병원을 처음 방문한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9%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그밖에 병원 홈페이지 13%, 신문 17%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 응답자의 76%는 이 같은 인터넷 정보 때문에 피해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삼탈모(http://cafe.daum.net/talmo119)나 이마반(http://cafe.naver.com/imaban) 등 대표적인 온라인 탈모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검은콩 등 특정식품과 탈모전문 비누나 샴푸사용, 두피 마사지로 탈모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많다. 검은콩과 검은깨는 단백질과 항산화성분이 풍부하고 특히 여성호르몬이 함유된 콩이나 두부, 채소 등의 식품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어느 정도의 탈모 예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서울맥스웰피부과 노윤우 원장은 그러나 “이들 식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이미 진행된 남성탈모를 치료할 수는 없다”며 “아직까지 임상실험이나 역학조사를 통해 탈모 치료효과를 의학적으로 입증한 식품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빗으로 머리를 일정 횟수 두드리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돼 탈모를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속설도 있다. 이에 대해 노 원장은 남성탈모의 근본원인은 혈액순환장애가 아닌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라는 물질에 의한 것인 만큼 혈액순환 개선만으로 탈모를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빗으로 두드려 머리를 자극하는 것은 두피를 더욱 두껍게 해 피부 호흡을 방해하고 솜털조차 자라지 못하게 한다. 뾰족한 빗의 자극으로 인해 파괴된 모세혈관과 모낭세포는 탈모를 촉진하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과 조기치료가 관건##
인하대의대 피부과 최광성 교수는 인터넷 정보를 토대로 자가 치료하는 환자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확한 탈모의 원인을 모르고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탈모의 원인은 남성형, 여성형, 원형 등 유형에 따라 유전적인 요소와 내분비이상, 자가면역질환, 스트레스, 빈혈 등 다양하다.
만약 자가면역증으로 인해 생기는 원형탈모 환자가 남성형 탈모를 유발하는 DHT를 억제하는 남성탈모 치료제를 복용한다면 전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에도 탈모 유형과 진행상태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여러 가지 유형이 섞여 있거나 비전형적인 형태의 탈모 등은 병원에서도 100% 당일 진단이 어렵다”며 “스스로 탈모유형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탈모는 진행성 피부과 질환으로 조기치료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정보를 기반으로 자가 탈모치료에 의지할수록 적절한 시기에 병원을 찾아 탈모진단을 받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 시기는 늦어진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탈모전문가들 검증된 치료법은##
최 교수는 탈모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남성형 탈모의 경우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발모효과를 검증 받은 것은 약물요법과 모발 이식수술뿐이라고 강조했다.
남성형 탈모 치료제로는 경구용으로 하루 1번 복용하는 프로페시아가 있다. 주요 성분인 피나스테리드가 남성형 탈모를 일으키는 가장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DHT의 농도를 낮춰 탈모 증상을 호전시킨다. 3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계속 복용해야 한다. 복용을 중단하면 새로 난 굵은 머리카락도 1년 이내에 다시 가늘어지면서 짧은 솜털로 바뀐다. 프로페시아는 남성을 위한 탈모치료제로 여성은 복용해선 안 된다. 특히 이 약의 성분이 가임기 여성에게 흡수될 경우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임신 중엔 절대 복용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일부 나이든 여성 탈모환자의 경우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선별적 사용이 가능하다. 여성형 탈모는 미녹시딜이라는 바르는 약을 주로 사용한다. 산후탈모를 비롯한 휴지기 탈모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므로 일부러 치료할 필요가 없다. 원형탈모는 탈모부위에 주로 면역력을 억제하는 주사를 놓으며, 모발이식 수술은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