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 보급률은 111.9%로 이미 '1가구 1주택'을 넘어 통계상으로는 주택 잉여 국가이다. 그런데도 전세값이 연속 23개월째 오르는 파동을 겪고 있을뿐더러, 최근 들어 월세 계약이 급증하는 바람에 누구보다도 저소득층, 저학력층이 월세 부담에 눌려 생계비를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거의 해마다 한두 번씩 전·월세 안정대책을 내놓곤 했지만 도무지 약효가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20년간의 전·월세값 상승으로 씀씀이가 줄어드는 바람에 가계 소비까지 위축시켜 경제성장에도 장애물이 됐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제 10년 전에 썼던 정책을 조금 손질해 내놓는 식으로는 빈곤층에 주거비 압박만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을 알 때가 됐다.
월세 급증이 몰고 올 계층 간의 양극화(兩極化) 파장을 최소화하려면 주택 보급률 60~70% 시대에 1가구 4인(人) 가족을 전제로 1가구 1주택 마련을 목표 삼아 만들었던 주택정책의 골격부터 손질해야 한다. 혼자 사는 독신 가구 비중이 20%를 넘어섰고, 전체 가구 중 전·월세 계약 비중은 41.3%로 주요 18개국 평균(34.3%)보다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의 꿈을 아예 포기한 집단이 존재하는 현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신규 분양보다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과 가격 감시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소형 임대주택을 늘리려면 방 1~2개와 부엌·화장실·거실을 갖춘 온전한 주택 건설에만 힘쓰지 말고, 방 1개 이외 다른 시설은 공동사용하는 주택을 쉽게 지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는 정책도 재정 형편상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다. 주택업체와 부동산 펀드·리츠 같은 기관들이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지금은 법인이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면 법인세를 중과(重課)하고 신규주택을 청약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대기업이 월세 장사하도록 놔두느냐"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본처럼 대형 임대주택 전문회사를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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