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첫 보' 금강보 가보니
지난달 31일 충남 공주시의 금강보 공사 현장. 방해수 금강보 감리단장이 "지금부터 보(洑)를 가동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보 안에 갇혔던 물이 수면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기세 좋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콸콸 쏟아져 나온 물은 막힘없이 강으로 흘러들었다.
길이 238m에 무게 230t인 보에 매달릴 수문이 마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듯 서서히 아래위로 움직이며 물을 토해냈다. 수문이 수심 기준 7m 깊이에 잠겨 있을 때는 물을 막아놓고, 수문이 열리면 물이 밖으로 흘러나가는 식이다. 1분에 40㎝씩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갇혔던 물이 전부 빠져나가는 높이(강바닥으로부터 18m)에 이르기까지는 27분이 걸린다.
- ▲ 4대강 보 처음으로 문 열다… 충남 공주시를 흐르는 금강에 물을 가두었다 흘릴 수 있는 금강보가 공사를 마치고 제 모습을 다 갖추었다. 12일 시험가동 중인 금강보가 한쪽 수문(사진 오른쪽 끝)을 열고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금강보는 지난 2009년 말부터 시작된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완공된 현장이다. 보 가동에 필요한 구조물과 수문설치가 끝났고, 강바닥을 긁어내는 준설도 마무리했다. 이제 주변 환경정리 같은 잔 작업만 남았다. 금강보 외에 금남보와 부여보 등 금강 수계의 나머지 2개 보도 현재 90% 이상 공사를 끝내고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금강보에서 차로 15분쯤 떨어진 금남보. 현장 직원이 원격 조정장치를 움직이자, 강 수면에 보글보글 기포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강 밑에 잠겨 있는 보의 수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 밑에 잠겨 있어 맨눈으로는 그 움직임을 전부 파악하기 어렵지만, 금남보는 마치 탄성이 좋은 대나무가 옆으로 휘듯 서서히 기울면서 갇혀 있던 물이 강으로 흘러나오도록 설계됐다.
4대강 사업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대해 현장 직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금남보 박장환 감리단장은 "보 덕분에 흐르는 물의 양도 많아지고, 수질이 깨끗해져 요즘에는 쏘가리를 잡으러 오는 낚시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남보 인근엔 왜가리들이 날아오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국토해양부도 "4대강의 보는 움직일 수 있게 설계된 가동보여서 수시로 물을 가뒀다가 내보내 수질 오염 가능성이 작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수질 개선 효과를 현재로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교원대 오경섭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4대강 사업으로 수질 정화 효과를 지닌 모래톱이 사라지면 수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16개 보 건설은 평균 88%쯤 진행됐다. 4대강살리기사업본부 이재붕 부본부장은 "16개 중 절반인 8개가 완공 직전 단계"라고 말했다.
☞보(洑)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쌓아 흐르는 냇물을 막아서 물을 담아 두던 공간. 4대강 사업에서 말하는 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물을 담아 두기도 하고, 방출할 수도 있게 만든 시설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