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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희비 가를 표심의 세대차

화이트보스 2011. 4. 19. 06:28

선거 희비 가를 표심의 세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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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논설위원

서울 소재 대학의 A 교수는 지난해 학생들에게 작문 소재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작문을 검토한 A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제출된 글의 90% 이상이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이었습니다. 현 정권에 대한 20대 초반 대학생들의 일반적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 것 아닐까요.”

한나라당은 올해 초부터 주요 이슈에 대한 변화 추이를 면밀히 살피기 위해 표적집단면접(FGI) 팀을 가동했다. 첫 조사 대상은 ‘30대 여성’에 맞춰졌다. 한나라당이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판단에서다. 조사 결과 한나라당에 대해선 “그냥 싫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한 판단 및 대책 보고서는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20, 30대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대 표심(票心)의 캐스팅보트를 쥔 40대도 최근 20, 30대 정서에 공감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야권에 비해 여권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50대 이상과 20∼40대 표심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현 정부 3년차에 실시된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표심의 세대 전쟁이 벌어졌다. 당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20, 30대의 65%가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했고 40대에서도 야권 후보 지지율(56%)이 한나라당 지지율(41%)을 앞질렀다. 반면 50대 이상 유권자 중에선 67%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방선거 3년 전인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던 20∼40대의 표심이 썰물처럼 떠나버린 것이다. 당시 이 후보는 20대 유권자 득표율에서도 정동영 민주당 후보에게 2배 이상으로 앞서는 등 전 세대에 걸쳐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여권은 ‘MB효과’를 통해 그동안 취약했던 수도권과 젊은 세대로 지지기반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세대를 아우른 MB 진지(陣地)는 불과 3, 4년 만에 무너져버렸다. 여권은 세대 균열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8일 앞으로 다가온 4·27 재·보선에서 야권이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동전의 양면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는 지역 대결보다 세대 대결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해 보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세대 대결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층은 대체적으로 교육, 재테크 등 생활 이슈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띠면서도 주요 정치 이슈에 대해선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386세력처럼 이념적 지향을 고수하기보다는 시류(時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도 있다. 제한적이지만 세대 간 장벽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20, 30대 일부가 대북 제재를 지지하는 신(新)안보세대로 부상한 것이 한 사례다. 젊은 표심은 이중적인 만큼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 어느 정치세력이 이들에게 ‘꽂히는’ 변화의 어젠다를 제때 내놓느냐가 관건일 듯하다.

여야 전·현 대표가 맞붙은 경기 성남 분당을은 보수 성향이 강한 한나라당의 텃밭이면서도 40대 이하 유권자가 전체의 67.3%를 차지하고 있다. 선거에서 드러날 세대 간 표심 전쟁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