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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외교 "카터는 제3자… 그의 발언에 무게 안둔다"

화이트보스 2011. 4. 27. 09:08

金외교 "카터는 제3자… 그의 발언에 무게 안둔다"

입력 : 2011.04.27 03:00 / 수정 : 2011.04.27 05:11

"순전히 개인적 방문일뿐 카터 방북에 큰 기대 안해"… 정부의 비판적 기류 드러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6일 지미 카터(87)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 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할 가능성과 관련, "(남북 간 채널도 있는데) 북한이 굳이 제3자를 통해 우리와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이미 우리와 여러 대화채널이 열려 있으며 북한 매체를 통해 '우리 민족끼리'를 얘기하고 있지 않으냐"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장관이 이날 카터 전 대통령을 '제3자'로 지칭하며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김정일이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보내든지 크게 무게를 두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방북단 일행이 26일 북한 순안공항에 도착, 환영을 나온 북측 인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김 장관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효과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다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북한이 굳이 민간인을 통해 우리측에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평가절하했다. 또 "이번 방북은 순전히 개인적 방문일뿐, (미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은 카터 전 대통령이 주도한 방북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정부의 기류(氣流)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이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했을지는 몰라도 북한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방북한 후,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이 일으킨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하는 북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가 조 리버만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국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윤덕민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식량난이 마치 우리 정부의 책임인 것처럼 발언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카터 전 대통령은 외부의 식량 지원이 끊긴 이유가 핵실험,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 북한 인권 개선 필요성을 언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김성한 교수는 "북한이 현 시점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잇따른 도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남북접촉을 한 후 미국과 대화하려는 것"이라며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이용당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북한이 도발 중단 및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전직 국가수반(首班) 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 회원들은 26일 베이징을 떠나 평양에 도착, 백화원 영빈관에서 박의춘 외무상을 만났다. 디 엘더스 방북단에는 카터 전 대통령 외에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그로 브룬트란드 전 노르웨이 총리,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포함됐다.